지난 2007년 여름. 청주대학교의 청소를 담당해 왔던 여성가장들이 한 움큼 눈물을 토해 냈다.

최저임금으로 팍팍하지만, 집안 살림을 책임져 왔던 그녀들에게 집단해고 통지서가 전달됐다. 청소용역 업체가 변경되더라도 으레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그해 여름은 달랐다.

계약기간 만료와 동시에 그녀들은 일터에서 쫓겨났다. 밥줄이 끊긴 그녀들은 삶을 지키려고 총장실 앞 농성에 들어갔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골다공증 등 온갖 병과 약을 달고 사는 그녀들에게 한뎃잠은 힘든 선택이었다. 그녀들의 몸도 몸이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큰 근심거리였다. 농성 와중에도 집에 들러 '밥상'을 차려주어야 했던 그녀들.

자신의 일터가 가족의 생계의 버팀목이라는 것을 아는 그녀들은 농성장을 떠날 수 없었다. 하루하루 무더위에 지쳐가는 몸에도 악착같이 '삶'을 위해 투쟁했다. 그렇게 24일을 악착같이 버텨온 끝에 청주대 대학 측과 "청소용역원 전원이 고용유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고용유지 확약서를 체결하면서 농성을 풀었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 그녀들의 투쟁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최저임금으로 가족의 생계까지 떠안은 그녀들. 불볕더위 속 농성으로 피곤죽이 된 몸으로 아이들에게 따스한 밥을 먹이고, 빨래와 집 청소까지 무급 가사노동까지 해야 했던 그녀들을 보면서 이들을 거리로 내몬 원청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멀리 서울에서는 홍익대 청소용역과 경비 노동자 170여명이 올 1월 1일부로 계약만료, 즉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녀)들은 '진짜 사장' 홍익대가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현재 대학 본관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다. 그녀들의 처지가 더 안쓰러웠던 건 그녀들에게 지급된 한 달 식대를 알고부터다. 한 달 식대 9000원. 하루 300원꼴인 점심 밥값. 밥 한 공기도, 반찬 한 그릇도 살 수 없는 돈.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도 차마 '황제식사'라 눙칠 수도 없는 금액이다. 얼음장 바닥에서 차갑게 굳은 '도시락'을 먹었을 그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 가슴이 더 절여온다.

그리고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또 다른 그녀들. 제야의 타종 소리가 끝나자마자 일터에서 내몰린 15명의 한국교원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그녀들이다. 그녀들의 처지는 더욱 열악했다. 홍익대에서 그나마 받았던 300원 정도의 식대조차도 지급받지 못했다. 30명의 청소용역노동자 중 '소장'이라 불리는 총책임자만 월 5만원의 식대를 지급받았을 뿐 그녀들에겐 식대가 없었다.

30명 중 15명만이 해고된 이유도 기막히다. 재계약을 앞둔 지난달 30일, 교원대 대학 관계자와의 회식자리에서 그녀들은 '비싼 밥값'을 치러야 했다. 학교 관계자는 "노조를 탈퇴하면 재고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실제 비조합원은 고용승계가 이뤄졌지만, 조합원은 모두 해고됐다. 체납임금 해결을 위해 노조설립 석 달 만에 '맷값'을 치른 것이다.

생계를 위해 고용승계를 촉구하면서도 자녀의 '따슨 밥' 걱정을 할 그녀들. 점심 밥값도 못 받지만, 그곳이 소중한 자신들의 직장이라고 여기는 그녀들. 그녀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가길 고대한다. 사립대인 청주대도 맺은 '고용유지 확약'을 국립대인 한국교원대가 못 맺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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