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갈라져 공방 격화 … 충북도, 조기 결정하고 화합 대안 마련했어야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하 백곡지 사업)이 ‘갈등 키우기 사업’ 논란으로 빠져든 가운데 충북도나 진천군이 조기에 사업 타당성을 조사해 결정하고 화합책을 마련했어야 됐다는 때 늦은 여론이 일고 있다.
이번 주에 결정하라고 지시한 이시종 지사의 말대로 연말 내에 결론이 난다면 새해 벽두부터 찬반 어느 쪽으로 결정되든지 갈등이 증폭될 공산이 크다.

백곡지 사업은 이미 본보의 지난 8월12일자 보도를 통해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서식지’ 보존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을 보도했다. 또한 농어촌 공사가 추가 확보된 물은 ‘갈수기에 4대강에 하천 유지수 공급 및 수질개선 도모’를 위한 사업목적임을 밝히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다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과 달리 백곡지는 상류에 미호종개라는 천연기념물의 서식지가 있어 환경단체들의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이 예견된 터였다. 같은 지역인 진천에는 이미 초평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로 백지화된 전례도 있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지난 22일 오후 1시 진천군청에서 충북도당 관계자들과 함께 4대강 사업과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정치문제 이슈화 대비 못해

그럼에도 진천군과 충북도는 주민들의 갈등을 예견해 미호종개 서식지를 둘러싼 논란을 차단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즉 환경적인 문제와 정치적인 이슈화를 대비하지 못해 갈등을 키웠다는 얘기다.
백곡지 사업은 진천읍 건송리에 위치한 기존의 저수지 둑을 2m 보강하는 것이 주요 공사다. 하지만 공사를 마치게 되면 둑 높이가 27.2m에서 29.2m로 높아져 저수량이 최대 2662만㎥로 487만㎥가 추가로 늘어나게 돼 미호종개 서식지와 일부 가옥과 건축물의 수몰이 예상되는 사업이다.

지난 8월 당시에는 농어촌 공사의 주민설명회가 파행을 겪을 만큼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의 양상이다.

수몰 대상에 포함된 주민들 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찬성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환경단체들과 민주노동당 소속 진천군 의원, 양백리 성대리 일부 주민들이 반대에 가세해 목소리를 내는 상태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찬성 쪽이다.

한남철 백곡저수지 둑 높이기 건송지역 추진위원장은 “690억 원의 국가 예산을 지원 받아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찬성을 하는데도 환경단체들의 언론플레이에 여론이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진천군 의원들도 다른 목소리

진천읍에 거주하고 있는 금강환경지킴이 임한빈 팀장은 “백곡지의 물이 마른 적이 없다. 4대강 사업을 위해 천연기념물 미호종개 서식지를 잃을 수도 없고 안개 등으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권을 빼앗아도 안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18일 진천읍 건송리 주민들로 구성된 백곡지 건송지역 수변개발추진위원회는 진천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곡지 사업 즉각 시행을 촉구했다.

지난 23일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충북도청에서 사업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진천군의회를 잇달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날 진천군의회는 백곡지 사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민주노동당 김상봉·김기형 의원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5명의 찬성으로 채택했다. 이에 격분한 주민들은 두 의원들을 강하게 질책하기도 해 백곡지 사업이 주민들과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비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루 앞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은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을 국민들의 70%가 반대하는데 그 일환인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며 “미호종개 등 지역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서도 반대한다”며 민노당 진천군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올해든 내년 초든 백곡지 사업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미호종개’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주민, 의회, 환경단체, 정당 간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예방적 행정이 아쉽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백곡면사무소 한 공무원은 “8월초에 적극적으로 주민들과 환경단체를 함께 불러 열린 마음으로 토론해 찬반을 떠나 조기에 결정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자성하며 충북도의 결정에 따른 혼란을 걱정했다.

한편 충북도 관계자도 이번 달에 결정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의견과 함께 찬반이 팽팽해 결정이 어렵다고 토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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