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다른 지역보다 덜 공정, 주요정책 힘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
“언론 사회적 약자 입장 보도 안해.....여성·장애인·다문화가정 차별도 여전”

충북사회는 과연 공정한가.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채용이나 승진과정도 투명한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여성이나 남성이나 차별없이 살아갈 수 있는가. 그리고 언론들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집단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으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본지는 2011년 신년특집기획으로 충북참여연대와 공동으로 ‘충북사회는 공정한가’에 대해 주민의식조사를 단행했다. 충청대 사회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이뤄진 의식조사는 지난 17~26일 도내 전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참여인원은 302명.

구체적으로 면접조사에 참여한 도민들은 청주·청원이 151명, 충주·제천 등 북부지역이 75명, 진천·음성 등 중부지역이 46명, 보은·옥천 등 남부지역이 30명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61명, 30대 92명, 40대가 91명이고 50대 이상이 58명을 차지하고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156명, 여성이 146명으로 남성이 10명 더 많았다. 직업적으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회사원, 공무원, 전문직, 주부 순으로 많았다. 그리고 학력별로는 대학·전문대졸이 171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졸, 대학원졸, 중졸이 그 뒤를 이었다.

도민들은 여성·장애인·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새해에는 배려와 존중으로 차별을 없애고 차이를 인정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사진은 장애인 인권존중을 외치며 충북도청 앞에서 시위하는 장애인과 관련단체들.

여성이 남성보다 부정적으로 인식
‘충북사회는 공정한가’에 대해 도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니다’고 강력하게 말했다. 특히 남성에 비해서는 여성이, 노년층보다는 젊은층이 더 부정적이었다. 또 학력별로는 고학력층이, 직업별로는 전문직·언론종사자·시민단체 간사들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새해에는 사회 전분야에 걸쳐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각별히 요구되고 있다. 어느 한 집단만이 아니라 도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지도층 인사들은 공정사회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얼마 전 공정사회를 후기 국정 방향으로 내걸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공정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을까. 이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와 달리 응답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전혀 그렇지 않거나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말한 사람들이 전체의 58.9%를 차지했고, 그렇거나 매우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말한 사람이 13.5%였다. 보통이라고 한 응답자는 27.5%. 이를 통해 긍정-부정의 답변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충북사회는 어떤가.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과연 더 공정할까. 전체 응답자의 38.1%가 공정하지 않다, 13.6%가 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48.3%는 보통이라고 답변했다. 이 질문은 충북은 누구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인가 하는 질문과도 일맥상통한다. 전체의 40.1%가 그렇지 않다, 18.9%가 그렇다, 나머지는 보통이라고 답변했다. 두 질문을 합쳐보면 충북사회는 별로 공정하지 않고, 노력한다고 해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곳도 아니라는 얘기다. 보통사람들의 희망이 꺾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인지 도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채용 및 승진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정적 답변이 많았다. 응답자의 42.7%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간사·언론종사자·전문직 그룹의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아울러 회사원과 공무원도 이 보다는 낮지만 대체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들은 공공기관의 주요정책이 주민의사보다 돈많고 힘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응답률이 45.4%나 차지했다. 거주지 지역에 따라서는 청주시, 충주시, 청원군, 괴산군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

언론인들도 언론 공정성 의심
그런가하면 도내에서 법원이나 검찰은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공평하게 법을 적용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보통이라는 답변이 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부정적 인식이 28.1%로 긍정적 인식 15.9%보다 높았다. 다른 질문과 달리 이 문항에서는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부정적으로 답변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충북의 학교에서는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40.4%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전체의 31.1%였다. 이 문항은 전체 질문 중 법적용이 공평하게 적용되는가와 함께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어쨌든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나마 위안을 준다.

주최측은 충북지역 언론들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집단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역시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38.4%, 그렇다는 긍정적인 답변은 17.9%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많았다. 보통이라고 한 응답자는 43.7%. 이 문항에서는 직업별 분포도가 두드러졌다. 시민단체 간사의 90%, 언론종사자의 66.6%, 전문직의 45.2%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종사자들조차도 도내 언론들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집단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런 점에서는 본지도 깊이 반성한다. 신문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힘있는 권력자들의 움직임과 역할에 대해 많은 지면이 할애됐고 소수집단의 목소리는 별로 없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응답자들은 충북사회가 다문화가정이나 여성, 장애인이 차별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 응답이 41.7%, 긍정적 응답은 9.9%에 불과했다. 이 물음에 대해 부정적 답변을 한 여성은 45.9%나 되었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고 충북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도내 주요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학교 등의 임원 중 여성비율은 10%도 안된다. 또한 생활속에서 느끼는 성차별도 상당히 많다. 여성 결혼이민자나 장애인 등이 당하는 차별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도민들은 근로자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도 해마다 벌어지지만, 별로 나아지는 것도 없다. 사진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안정된 일자리 요구 시위장면
“부동산 투기해야 부자된다”
근로자나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제공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45.4%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는 사람은 11.3%에 불과했다. 이는 노동절날 근로자들이 절규하는 소리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해마다 생존권투쟁을 벌여야 하는 노동자들은 사무직과 비사무직,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간의 임금차 및 차별을 겪으며 산다. 이 점에 대해서는 시민단체 간사와 언론종사자의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실제 시민단체 간사와 언론인들은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현장을 업무상 자주 찾아다니기 때문에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충북은 성실하게 일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인가. 그렇지 않다. 부동산 투기 같은 수단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부자가 되기 어려운가에 대한 질문에 48.6%에 달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는 사람은 19.5%에 그쳤다. 이는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성실하게 일해도 부자가 되기 어려운 것이 어디 충북뿐이랴.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자가 되려면 부동산 투기는 필수로 해야 하고, 그 외 각종 불법·탈법적인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다.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은 정말 씁쓸한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사회에서 주축이 되는 세대인 40대가 가장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시민단체 간사의 70%, 언론종사자의 88.8%가 부동산 투기 같은 수단으로 돈을 벌어야 부자가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충북은 삶의 기회나 경제적 격차의 지역간 차이가 별로 없이 균형있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58.3%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특히 40~50대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역별로는 옥천군 주민의 100%, 괴산군 80%, 제천시 72.3%, 충주시 주민의 70%가 불균형 발전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과제로 남은 공정사회 건설
도내의 불균형 발전은 실제 큰 문제다.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지방은 공동화로 죽어가는 불균형 현상이 도내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충북도가 지난 2006년 충북개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도내 지역균형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도내에서는 청주시의 발전이 가장 앞서고 괴산군이 가장 뒤처져 있다. 이에 따라 충북도는 보은·옥천·영동·증평·단양·괴산군 등 낙후지역 6개군을 지원하고 있으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민들은 주요 시설이 청주·청원에 집중돼 있다며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경부축을 중심으로 이뤄진 충북의 개발을 X축으로 변할 국토의 공간발전 형태에 맞춰 남부·북부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주장이다.

한편 본 의식조사는 공공부문·사회부문·경제부문에 걸쳐 조사됐다. 조사연구를 진행한 충청대 사회과학연구소 측은 “공공부문에 있어서는 공공기관의 채용 및 승진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고, 공공기관의 주요 정책결정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반면 법원 및 검찰의 법적용상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인식이 높아 차이를 보였다”며 “사회부문에 있어서는 다문화가정 및 소외집단을 위한 사회 환경의 공정성에 대해 가장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다음으로는 언론부문, 교육부문의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뒤를 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부문에서는 지역간 균형발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높았고, 근로자 및 노동자 대우에 대한 공정성, 부자가 되기 위한 수단의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순으로 나타났다”면서 “조사결과 충북은 사회전반에 걸쳐 공정사회 건설을 위한 기반이 미비하다. 따라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모델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측정지표와 평가체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도민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직·언론종사자·시민단체 간사들의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만큼 이들 그룹과의 토론과 교류를 통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는 단시일내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새해는 공정사회로 가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희망이 있는 충북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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