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소백산 신선봉

소백산은 우리나라 18개 육상 국립공원 중에서 지리산과 설악산 다음으로 크다. 하지만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찾는 사람은 현저하게 적은 편이다. 대신 소백산 마니아들은 제법 많다. 그들이 좋아하는 봉우리가 신선봉(1389m)이다. 신선봉은 비로봉, 국망봉, 연화봉 등과 함께 소백산의 뼈대를 이루는 봉우리다. 정상 바위에는 신선이 두던 바둑판이 새겨져 더욱 신비롭다.

소백산은 특이하게도 주릉에서 떨어진 독립 봉우리가 많지 않다.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상월봉 등 주요 봉우리는 예외 없이 주릉에 솟아 있고, 백두대간 마루금이 흘러간다.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등 백두대간이 흐르는 다른 산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

▲ 신선봉 정상의 바둑판 바위(가운데). 그 뒤로 소백산 주릉인 상월봉과 국망봉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주능선에서 한걸음 떨어진 신선봉

소백산에서 주릉과 떨어져 일가를 이룬 봉우리는 신선봉~민봉 능선과 형제봉 능선 딱 두 곳뿐이다. 그중 신선봉 능선은 1300m가 넘는 높이와 웅장한 산세는 주릉 못지않은 품격을 갖추었다.

따라서 백두대간 마루금이 국망봉과 상월봉을 지나 늦은맥이재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예전에 인기 있던 소백산 종주 코스가 구인사~신선봉~국망봉~비로봉~희방사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신선봉 산행은 어의곡리 벌바위골을 들머리로 늦은맥이재에 올라, 신선봉 산행에 나서는 것이 정석이다. 하산은 신선봉~구인사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안타깝게도 출입통제로 묶였다. 할 수 없이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 거리는 약 13㎞, 6시간쯤 걸린다.

단양 시내에서 어의곡리까지는 차량으로 20분쯤 걸린다. 남한강을 따르다 사평리에서 우회전해 어의곡리까지 무려 10㎞쯤 수려한 국망천이 이어진다. 어의곡 주차장을 지나면 오른쪽 등산로가 보이는데, 이곳은 비로봉 가는 길이다.

슈퍼 앞을 지나 10분쯤 더 가면 단양의 상징 인물인 온달장군과 평강공주가 서 있는 새밭교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면 ‘비로봉 10.2㎞, 국망봉 7.1㎞, 늦은맥이재 5㎞’ 이정표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벌바위골이 이어진다.

벌바위골은 손때가 묻지 않은 원시 계곡이다. 그 흔한 다리, 철계단 등 인공시설물이 아예 없다. 국립공원에 이런 계곡이 남아 있는 건 아주 드문 일이다. 2시간쯤 호젓한 계곡을 따르면 ‘늦은맥이재 500m'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부터는 울창한 원시림이 잠시 이어지다 백두대간 마루금인 늦은맥이재에 올라붙는다. 여기서 오른쪽 주릉은 국망봉, 왼쪽 능선은 주릉과 신선봉이 갈린다. 그 지점에 등산안내판이 서 있고, ‘늦은맥이재~신선봉 탐방로는 신선봉까지입니다. 신선봉에서 반드시 되돌아 와야 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신선봉~구인사 코스를 폐쇄했다는 말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신선봉 암봉들을 바라보며 산비탈을 타고 돈다. 비탈길에는 간혹 위험한 구간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길은 신선봉을 직접 오르지 않고 우회한다. 30분쯤 가면 민봉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도 신선봉~구인사 구간 출입통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여기서 신선봉을 그대로 통과해 민봉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신선봉은 이곳에서 오른쪽 능선을 타고 10분쯤 올라야 한다. 정상 직전, 길을 가로막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해 올라가면 하늘이 넓게 열리며 정상이 나타난다.

구인사 코스는 시간 관리가 중요

정상 조망은 특급이다. 소백산 주능선과 좀 떨어진 덕분에 비로봉에서 흘러와 국망봉, 상월봉을 지나 늦은맥이재에서 시나브로 고도를 낮추며 흘러가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은 감동적이다. 정상부는 바위들이 흩어져 있지만, 바둑판 바위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바위를 보고 있노라면, 신선 두 명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다 문뜩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건너편 소백산 연봉을 바라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산은 온 길을 되짚어야 하지만, 신선봉에서 계속 능선을 따라 구인사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솔솔 든다. 실제로 많은 산꾼들이 통제를 무시하고 구인사로 내려간다. 만약 그 길을 선택했다면, 하산 시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소백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신선봉~구인사 코스를 통제한 것은 조난 사고 다발지역이기 때문이다. 신선봉에서 구인사까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길이 험해 3시간 30분쯤 걸린다. 대개 등산 지도에는 2시간쯤 걸린다고 나와 있기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늦어도 오후 1시에는 신선봉을 떠나는 것이 좋다.

산길은 민봉과 1244봉을 지나면 구봉팔문의 하나인 뒤시랭이문봉(964m)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따른다. 이 능선은 길이 희미하고 험하다. 산악회에 붙여둔 리본을 보면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뒤시랭이문봉을 넘어 여생이고개에서 임도를 만났으면 한숨을 돌려도 좋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봉우리 두 개를 더 넘으면 구인사 적멸궁에 닿는다.

가는 길과 맛집

단양이 기점이다. 서울 동서울터미널→단양은 06:59~18:00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 청주시외터미널→단양은 07:45~17:39 6회 운행한다. 단양→어의곡리는 06:30 08:55 11:00 13:10 15:25 17:40 19:25. 천동계곡→제천(단양 경유)은 14:40 15:40 17:10 17:45 18:55 20:20(단양)에 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단양에선 민물고기 매운탕 요리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단양터미널 앞 어부네집(043-422-2208), 박쏘가리(043-421-8825) 등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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