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사전협의없어 ‘추진근거 실체는 모르겠다’
94년 시군통합 불발 ‘원죄론’에 입장표명 난감해

오효진 청원군수의 독립적인 시승격 추진 발언이 공론화되자 충북도는 난감한 입장에 빠졌다. 도 고위공직자들은 한결같이 입조심을 하며 개인적인 사견조차도 언급하길 꺼리고 있다. 그동안 청주권의 시군 통합 불가피론과 청원군의 절대 불가론 사이에서 관망하는 입장이었던 충북도는 오군수의 돌출적 발언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94년 청주시 청원군 통합실패에 대한 ‘원죄론’을 안고있는 충북도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청주시의 특정시 추진이나 시군통합은 광역자치단체의 입김을 그만큼 약화시키기 때문에 기본적인 거부감을 깔고 있다. 특히 도내 인구 148만명 가운데 청주 청원 인구를 합칠 경우 73만명으로 전체 50%를 차지해 시군통합은 충북도의 행정기반을유명무실하게 할 수있다.

시군통합은 지난 94년 1차로 35곳이 확정된 데 이어 이듬해 평택, 천안, 이리, 삼천포, 김해시 등 5곳이 주민투표를 통해 추가로 통합이 성사됐다. 청주,청원의 경우 94년 전국적인 시군통합 바람속에서도 주민투표에서 청원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부결됐다. 천안시 군도 과대시 출현에 대한 우려감으로 1차에서 부결됐으나 95년 2차 행정구역 조정에서 시군통합이 성사됐다.

도내에서는 충주시 중원군과 제천시 군이 주민투표에서 통합 찬성으로 집계됐지만 제천군 및중원군의회에서주민들이찬성한통합안을부결시키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주도층의 기득권 보호본능은 결국 청주시 청원군 통합 찬반투표의 부결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원군 공무원 A씨는 “당시 관선군수가 95년 민선단체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시군통합을 독려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간부들은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통합불가론을 직원들에게 주입시켰고, 직원들은 지역별로 대민 현장방문을 하면서 통합에 따른 불이익을 전파하고 다닌 경우가 많았다. 통합투표 부결의 배경에는 군공무원과 군의회의 역할이 컸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관선군수를 맡았던 모씨는 이듬해 민선군수 선거를 앞두고 선물 등을 뿌리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충북도는 충주 제천시의 도농통합시 출현에 대해서는 당위성을 인정했지만 청주 청원의 통합은 도청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으로써 시군통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광역자치단체의 이같은 속성은 지난 2000년 수원광역시 추진 때도 적나나하게 드러났다. 수원시는 광역시 추진을 위해 인근 오산시·화성군과 통합작업을 벌였지만 경기도에서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도는 화성군의 경우 서해안 시대를 맞아 공단조성과 택지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는 등 도·농 복합시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고 오산시도 인구 27만의 독자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여서 3개 시·군의 통합은 합당치 않다고 말했다. 당시 임창열 경기지사는 화성군을 직접 방문해 “화성군의 조속한 시 승격을 행정자치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약속하는등 진화작업에 나섰다.

특히 전남 목포시 무안군 신안군 등 무안반도 3개 시군통합 찬반투표는 94,95년에 이어 98년에도 부결돼 세차례에 걸쳐 무산되기도 했다. 목포시와 신안군은 총투표자의 절반이상이 통합에 찬성했지만 무안군은 반대표가 더 많아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군지역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해소시킬 수 있는 대안없이 시군통합을 추진할 경우 행정력의 낭비만 되풀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청주 청원통합 여부는 현 정부가 신행정수도 확정이후 국가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수도와 대전직할시 청주시 청원군의 4각 관계를 정립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필요에 따라 행정구역 통합을 정부가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유성훈의원은 “행정수도가 청주권에 인접해 결정될 경우 청주시를 비롯한 청원군 증평군까지도 포함해 행정구역 재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청원군이 사전 공론화 작업없이 용역부터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행정수도가 들어설 경우 청원군의 입지가 좁아져 시군통합론에 밀릴 소지가 있기 때문에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현실적으로 시승격 요건이 인구 20만명을 충족해야 하는데 독립시 추진을 공표한 것은 청원군민들의 지역감정을 충동하고 통합론에 쐐기를 박자는 양수겸장의 노림수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충북도의회 권영관의장은 “충주시, 중원군 통합이 10년을 맞았지만 애초의 우려와는 달리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본다. 청원군의 시승격 추진은 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충북도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시군통합 문제가 정치적인 논쟁을 빠지지 않도록 지역 학계와 언론계에서 공청회 등을 통해 사전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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