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10년 근무제한 규정’ 물의
“지역교육 말살 … 예외규정 필요” 여론

지역에서 모든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도 ‘10년 이상 그 지역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타 지역으로 강제 발령을 내는 것이 타당한가 부당한가?

이 문제를 두고 해당 중등 교사들과 충북교육청이 갈등 양상을 빚고 있어 12월 중등교사 전보인사 희망 조사를 앞두고 충북 교육계의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2010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인사관리기준 제12조1항의 ‘장기근속으로 인한 침체를 방지하기 위한 근무 연한 규정’에서 ‘단양군을 제외한 지역은 10년 연한 규정을 두되 옥천군, 영동군에서 전 가족이 10년 이상 거주한 교원은 근무제한 연한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충북 교육청은 지난 7월 19일 오후, 본관 4층 소회의실에서 지역별로 담당 장학사들과 교사대표1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문제를 포함한 인사관리기준 최종 검토 협의회를 열었다.

협의회 과정에 대해 참석했던 교사들과 교육청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하고 있고, 결과에 대해서도 어떤 결과물도 참석 교사들에게 전달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교육청은 이미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 규정에 따른 개선 건의 사항에 ‘제천시, 음성군, 괴산군, 진천군, 보은군도 옥천군·영동군과 동일하게 전 가족이 10년 이상 거주한 교원은 근무제한 연한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개정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들은 최소한 군 단위 지역만이라도 옥천군?영동군과 같은 예외 조항을 적용해 달라는 요구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 음성12명, 진천2명, 보은5명 등 소수에 불과한 만큼 지역 교육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을 지역에서 떠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공청회 결과 무시하고 또 여론조사

협의회에 참석했던 C, K 교사 등과 한 지역 지원청 관계자는 협의회가 공청회 개념이었고, 가족 모두가 지역에 10년 이상 장기 근무하는 교사에 대한 예외 규정과 관련해 1시간이 넘게 열띤 토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북 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다른 문제로 토의 과정 속에 하나의 건의 형식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제1안, 현행 근무제한 연한 기준유지에 찬성 ▶제2안, 단양군도 근무제한 연한 적용을 하고 옥천군, 영동군 예외 규정 삭제에 찬성 ▶제3안, 제천시, 보은군, 옥천군, 영동군, 진천군, 괴산군, 음성군에서 전 가족이 10년 이상 거주한 교원은 근무제한 연한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에 찬성. 등 3가지 안이 제출되어 제3안이 긍정적인 의견 수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도 교육청은 1개월여 전에 지역 지원청을 통해 협의회에서 의견 수렴을 했던 내용을 가지고 다시 ‘인사관리기준 개선 의견수렴 서식(제출용)’으로 중등교사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지만 이에 대한 결과도 밝히지 않고 오히려 1주일 전부터는 인사전보 희망 예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실태에 대해 해당 교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음성 지역 W교사는 “지역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결혼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까지 지역 학교에 보내고 있는 것은 오로지 지역을 사랑하는 일념 하나였다”며 “학생부 교무부 등 학교의 궂은 업무와 학생들 방과후 지도에도 헌신해 오고 있다”고 밝히며 지역 교육을 말살하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천 지역청 관계자는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교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은 예외 규정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외 다수의 교사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어 도 교육청이 개정안을 내게 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또 다른 해당 교사는 “현실을 무시하고 행정 편의적이고 중앙의 시각에 편중된 규정들이 지역의 교육의 질을 열악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도농 간의 교육 편차는 물론 삶의 질의 차이를 좁혀 나간다는 의미에서도 최소한의 예외 규정이라도 두어야 된다”고 원했다.

보은 지역 K 교사 역시 “여론수렴 과정은 통과의례일 뿐 진정한 해당 교사들의 절절한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다”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지역에 지역출신 교사를 없애겠다는 것은 도시위주, 승진위주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도 교육청 장학관은 여론 수렴 결과에 대해 아직 취합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다수의 여론에 따르면 현 규정을 유지하거나 옥천군·영동군의 예외 규정도 없애야 될 것 같다”고 말해 해당 지역의 교사들과는 극단적인 대치 의견을 말했다.

해당 교사들의 의견이 소수의견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순환의 인사 대원칙을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도시위주·승진위주 정책”

하지만 도 교육청 관계자의 이런 논리에 대해 지역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우수 인재를 양성하고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장학회를 활성화하고 있는 지금 헌신적이고 우수한 지역 교사들을 타 지역으로 떠나게 하는 정책은 승진 기회를 찾는 교사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이광진 충북도의회 의원은 “지역을 살리기 위해 노심초사 애쓰고 있는 지역출신 교사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뜻을 무시하는 규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있으면 도 교육청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군 교육발전 중등교사 협의회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필용 음성군수와도 뜻을 같이하고 수차례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히면서 “이 군수도 도교육청에 건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고 “반드시 7월 19일 있었던 공청회 여론과 지역현실을 반영한 규정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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