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화두로 빼어든 것이 ‘공정사회’다. 공정사회는 만민이 평등한 이상향 수준은 아니지만 공정한 룰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사회다. 뉴스를 읽고 만들면서 우리사회가 그 정도만 되도 좋겠다고 소망하게 된다.

요즘 공정사회의 모델로 부각되는 청년이 있다. 지난달 22일 종영한 케이블TV Mnet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에서 우승한 허각이 그 주인공다.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을 예방한 김황식 국무총리와 공정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허각을 아느냐”고 물었다. 김 총리는 허각이 누군지 몰랐다.

163cm의 키, 평범한 외모, 중졸 학력, 환풍기 수리공이라는 이력을 지닌 25살의 청년이 무려 134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 결선에서 미국산 훈남 존박을 누르고 우승한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슈스케(슈퍼스타K의 줄임말) 우승자인 허각에게는 2억원의 상금과 함께 솔로음반 제작지원, 승용차 등이 특전으로 주어졌다.

‘net心’은 許리케인을 예보했다

허각이 우승한 배경에는 네티즌들이 있다. 슈스케는 전문가들의 심사와 함께 ‘넷심(net心)’을 반영했는데, 최종 결선을 앞둔 온라인투표에서 허각이 존박을 큰 차이로 제쳤기 때문이다. 허각은 서바이벌이 진행되는 내내 여성팬들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해왔던 존박에게 밀렸지만 최후의 반전에 성공했다.

許리케인(허각 돌풍)은 이미 여론조사에 의해 예보됐다. 실시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결선을 앞두고 전국 19세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허각은 42.4%, 존박은 26.8%의 마음을 얻었다.

그런데 요즘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의 실세들이 허각을 공정사회의 모델로 부각시키느라 분주하다. 정확히 말하면 허각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현실을 각성한 국민들을 다시 깊은 꿈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사실 허각을 스타로 만든 것은 공정사회가 아니라 공정사회를 바라는 민초들의 희망이다.

전설이 될 것인가, 신화가 될 것인가
 
허각은 떴지만 ‘허각 신화’를 얘기하는 것은 아직 때 이르다. 허각의 꿈은 단 한번 슈스케 우승이 아니라 가수로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화 신데렐라처럼 12시 종이 울리면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고 말이 쥐로 변한다면 아직 우리사회는 공정사회가 아니다.

허각처럼 되기도 쉽지 않지만 우리사회의 수많은 ‘허각들’이 선전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Mnet의 성공에 힘입어 MBC는 더 큰 상금을 내걸고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등용문이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평범한 국민들은 그들이 잊힌 전설이 아니라 신화가 되기를 바란다. 루저(loser)들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야 누구든 꿈꿀 수 있기 때문이리라.

충북사회는 얼마나 공정할까? 공정하다면 어떤 부분이 공정하고 어떤 부분은 공정하지 않을까? 돈이 좀 들더라도 알아내고 싶은 내용이다. 2011년 신년호를 통해 충북사회의 공정도를 점검하겠다고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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