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업체 수수료 떼고 보험료 떼면 최저임금도 못 받아
대부분 생계형 가장…공공의료기관 직접고용 실현돼야

<간병인 노동인권 실태 고발>생계형 여성 간병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지방정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 공공의료 기관부터 간병사를 직접 고용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가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시켜 부담 없이 보호자 없는 간병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 지난 20일 오후 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실에서는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 간병분회원과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가 함께하는 '간병인 노동인권 실태 고발 기자회견'이 있었다. 사진은 청주노동인권센터 김인국(신부) 대표가 간병사들의 딱한 사정을 알리고 있다.
노동자로 인정 못 받는 노동자
이는 정부가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재정이 부담스러워 '민간보험' 활용을 언급하다가 지난 5월27일 대통령 주재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간병서비스를 5대 유망 사회서비스 산업으로 지정하고 오는 2011년부터 병원이 직접 고용해 제공하는 비급여 항목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지난 20일 오후 청주노동인권센터 사무실에서는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 간병분회원과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가 함께하는 '간병인 노동인권 실태 고발 기자회견'이 있었다.

이날 여성 간병 노동자들은 "2인 1조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하루 6만원을 받고 있다"며 "한 달 꼬박 일해야 180만원을 받지만 파견업체가 4대 보험과 교육수당 수수료로 30∼40%를 떼어가고 간병 중 환자가 다칠 수 있어 배상책임 보험료 매월 7만원을 내고 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130여만원(133만원) 안팎을 받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환자, 보호자와의 특수 고용 관계로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신종플루 접종 대상에서도 제외
사실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무일수는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특수 고용 노동자임을 감안해 시급 4110원씩으로 계산할 경우 한 달 27일을 일할 경우 이들 여성 간병사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260여만원에 이른다. 즉 현재 여성 간병노동자들은 이보다 못한  겨우 절반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철인이 아닌 이상 월 15일 이상을 근무하기 힘든 여건상 간병사들은 매월 90만원을 겨우 벌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간병사의 90% 안팎이 생계형 노동자란 것이다. 한 끼에 2500원 정도 하는 밥값을 아끼기 위해 냉동밥을 녹여 먹고 마땅히 쉴 곳이 없어 병원을 배회하고 있다. 하루 2끼 30일 동안 병원 식당 밥을 챙겨 먹을 경우 15만원의 추가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남긴 밥을 먹을 수 있지만 대체로 감염이 우려되어 식사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난해 신종플루가 대 유행을 했을 때 교차 감염을 우려해 의료 종사자를 백신 예방접종 1순위로 꼽았지만 도내 간병사들은 제외됐다.

따라서 병원이 간병사를 직접 고용해 제공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건강보험료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간병비를 급여항목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길이 생업에 종사하는 환자 가족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간병사들도 제도권 내에서 법적 보호를 받으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란 얘기다. 앞선 지난 7월 청주의료원 행정센터에서 열린 보호자 없는 병원 실현을 위한 연석회의에서 이주호(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단장) 정책위원장은 "국민 1인당 월평균 1만1000원의 건강보험료를 더 낼 경우 총 48조원으로 간병서비스 급여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지원예산 현실화 요구

▲ 냉동밥을 녹여 식사를 해결하는 간병사
도내에서는 이미 지난 6월부터 청주의료원이 '보호자 없는 병원' 정부 시범 사업 전국 10개 대상 병원에 포함되어 5·7인실 5개 병실 33개 병상에 간호사 5명을 포함해 간병인 30명이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12월말이면 종료된다. 애초 3억 원 상당이 필요한 사업에 겨우 7200만원이 지원되면서 하루 8시간 일하는데 겨우 3만원의 간병비를 받으면서 월 90만원 안팎의 낮은 급여에 불만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1인 다인실이란 한계가 노동량은 늘고 간병 집중도와 간병비는 떨어지는 현상까지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도는 현재 이시종 도지사의 공약사업으로 오는 2011년 보호자 없는 간병 사업비로 3억2800만원 상당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이는 도내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 충북대학교병원에 각 30명씩 모두 90명에게 하루 1만원씩 365일 지원하는데 필요한 예산이란 분석이다. 도 관계자는 "공공의료기관과 자부담 각 5000원씩을 포함해 의료수급자나 보훈대상자에게 하루 2만원 상당의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도의회 심의만 남았다"고 밝혔다. 도는 의료수급자를 우선 지원하고 다인 간병제를 통해 간병비를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6인실을 기준으로 할 경우 이는 간병인 1인이 6명의 의료수급자를 간병할 경우 하루 12만원의 간병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의료연대 충북지역지부 김시화 분회장은 "희망 간병인 80명 중 절반 이상이 허리와 팔 인대 등이 늘어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며 "하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고용한 특수 고용직으로 산재혜택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환자에겐 좋은 간병을 간병노동자에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충북도가 지원예산을 현실화 해 보호자 없는 병원을 일반화하고 중앙정부도 공공서비스에 대한 책무성을 다해 간병비 급여화와 병원 직접 고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환자가 환자 챙기는 살인적 노동시간
거동불편 치매노인 돌보는 백홍분 간병사의 하루

▲ 백홍분 간병사
두 다리가 불편한 70대 후반의 치매노인을 간병하고 있는 백홍분(52) 간병사. 그는 중고등학생 두 딸을 둔 생계형 가장이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환자 기저귀를 갈고 씻긴 뒤 오전 7시20분께 들어오는 아침식사를 챙긴다. 그리고 약물치료를 도운 뒤 오전 9시가 다 되어서야 늦은 아침을 먹는다. 그의 아침은 병원 배선실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냉동 밥 한 덩이를 꺼내 녹인 것과 일주일전 미리 준비해 둔 밑반찬이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양치질을 한 그는 물리치료를 위해 환자를 힘겹게 휠체어로 옮겼다. 늘어난 허리인대와 손목인대가 또 말썽이다. 의사는 쉬어야 한다고 했지만 오후 1시30분에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오후 9시가 되어 간이침대에 겨우 눕기까지 일상은 반복됐다. 환자는 기저귀를 채웠지만 2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보채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 백 간병사는 "제 처지는 그래도 나은 거예요. 내과질환 환자의 경우 가래를 빼내며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간병사 중에는 위암 수술로 자신도 힘든 상황에서 뇌종양 걸린 딸아이 약값을 대고 있는 간병사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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