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1980년대에 유행가 테이프를 사면 B면 마지막 곡으로 반드시 수록돼 있던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의 가사 첫머리다. 한강 둔치를 시멘트 호안으로 싸 바르는 또 한 번의 ‘한강의 기적’을 이룬 전통(全統)의 5공을 찬양하던 노래.

노래의 압권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로 시작되는 후렴부의 시작이었다. 한강에 유람선을 띄운 전통의 업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하늘에 조각구름이 떠있는 것까지 대통령의 은혜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던 노래였다. 노래는 ‘도시는 농촌으로 향하고 농촌은 도시로 이어져 우리의 모든 꿈은 끝없이 세계로 뻗어나간다’고 우겼다.

아이러니한 것은 서슬 퍼런 5공 시절에 또 하나의 ‘아, 대한민국’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흐르는 이 땅’으로 시작하는 정태춘의 동명(同名) 노래였다. 노래는 찬양으로 시작되지만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으로 반전이 이뤄진다.

통치자들이 좋아하는 뱃놀이

통치자들은 유람선을 띄우고 싶어 한다. 뱃놀이는 한가함, 또는 풍요로움을 상징하기 때문인가 보다. 태평성대를 노래하는데 뱃놀이만큼 적격인 게 없나 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경부운하도 결국 뱃놀이를 하자는 거였다. 4대강 사업의 모토도 홍수예방, 생태복원과 함께 결국 관광·레저라는 뱃놀이가 끼어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놀라워하는 건 전혀 연관성이 없는 3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MB의 뱃심 또는 무모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인운하가 완성되면 서울을 외국의 크루즈선박이 드나드는 항구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의도에는 요트 정박지를 만든다고도 했다.

충북지역 군수들도 뱃놀이 경쟁에 가세했다. 청원군과 보은군, 옥천군이 13일 보은군청에 모여 ‘대청호 유람선 운항 재개를 위한 협력 약정서’를 교환하고 대청호 관광 활성화를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종윤 청원군수는 “청남대가 충북도로 관리권이 이관되고 주 5일 근무제에 따른 건전한 여가 선용 등을 위해 내륙지역 관광상품 개발이 절실하다”면서 “3군이 힘을 모아 유람선 운항을 금지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차라리 뗏목을 띄워라

‘열여덟 딸기 같은 어린애 순정’을 노래한 소양강에도 유람선이 떠다닌다. 소양강만 강이냐면서 남한강 충주호에도 유람선이 떠있다. 충주호 유람선이 다니기에 도담삼봉 일대의 수심이 낮다며 준설을 하자는 얘기도 있다. 문제는 소양강이든 남한강이든 유람선 사업이 모두 적자라는 것이다. 1000만명이 넘는 인구에 외국인들도 북적대는 한강 유람선이 적자인데 두 말 하면 무엇 하랴.

대청호 유람선에 대한 갈망은 대통령 별장 청남대 때문에 그동안 일체의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었다는 점에서 억제된 바람의 표출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대청호는 충북을 포함한 국토 중부권의 식수원이다. 심각한 것은 개발행위가 제한되던 시절에도 수질관리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뒤를 따져야 한다면 일단 수질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뱃놀이로 태평성대를 노래하더라도 굳이 큰 배를 띄워야할까? 뗏목 같은 무동력선이 오히려 대청호만의 명물이 될 수도 있다. 옛날 대청호를 막기 전 오가리에는 어떤 배가 떠다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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