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재취재·하천정비 중단으로 하천 상태계 발달
음성 망이산서 발원, 220리 흐르다 금강과 합류

음성군 삼성면에 해발 472m인 나지막한 산이 있다. 망이산 또는 마이산이라 불리는 이 산 여기저기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남쪽 기슭을 따라 실개천이 흐른다.

실개천은 산을 타고 내려와 진천과 청원, 청주를 거쳐 연기군 동면 합강리에 이르러 금강과 만난다. 산기슭 실개천이 220리(89.2㎞)를 흐르는 동안 백곡천을 맞이하고 초평천, 보강천, 무심천, 조천도 받아들여 비로소 미호천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 미호천은 미호종개 본향과 철새도래지로 생태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4대강 사업으로 대단위 토목공사가 예정돼 있어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호천은 상류지역에 진천분지, 중·하류지역에 청주·청원·증평·연기 일대에 걸친 광대한 청주평야를 일구어 놓은 충북 중서부권의 젖줄이다.
미호천은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물길이 역동적이지도 않고 산간 계곡에서 볼 수 있는 기암괴석도 없다. 그렇다고 금강이나 낙동강처럼 웅장함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비교적 눈에 익은 규모가 조금 큰 시골 하천으로 보일 뿐이다.

서서히 쉼 없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미호천의 모습이 충청도 양반을 닮았다는 말도 있다. 래프팅을 즐기는 산간 계곡이나 하천과 대비돼 평온하고 온순한 강이라는 의미다.
다른 강과 하천이 그러하듯이 미호천도 주변의 문화와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농경사회의 한 축을 이루며 지역주민들과 함께 자란 고향이며 추억인 것이다.

미호종개의 본향

1984년 미호종개의 발견으로 미호천은 유명세를 타게 됐다. 강(하천)의 이름을 딴 유일한 어종이며 우리말로 이름 지어진 최초의 어종이다. 천연기념물 454호이자 환경부 멸종위기동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미호종개는 특히 분포 범위가 극히 제한되고 서식 개체수도 적은 데다 환경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수심이 20~40㎝를 유지해야 하고 바닥은 지름 0.6㎜ 이하의 고운 모래가 쌓여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초속 0.1~0.2m의 매우 느린 유속이 유지돼야 한다. 유속이 빠르면 고운 모래가 쓸려 내려가고 유속이 너무 느리면 퇴적물이 쌓여 미호종개가 살 수 없다.

이렇게 까다로운 녀석이 미호천에서 발견되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고 분석 결과 인위적 하천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 청원, 연기 일대의 미호천 하류부는 최근 십수년간 골재채취나 인위적 하천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자연하천의 모습이 유지되고 하천생태계도 발달했다는 것이다.

미호종개의 위기도 있었다. 몇 년 동안 미호천에서 미호종개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간혹 소수의 개체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서식’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호종개가 대전 갑천 일대에서 일부 발견되면서 ‘갑천종개’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러다 2007년 미호종개 복원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방인철 교수팀(순천향대)에 의해 미호천 상류 백곡천 일대에서 1만여 개체가 집단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백곡저수지 상류지역으로 서식지는 1㎞ 길이의 띠를 이룬 모양으로 미호종개 마지막 서식지로 평가받고 있다. 지류를 포함한 미호천 전역에서 이곳만큼 미호종개 서식환경이 마련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리지역 하천 이름을 딴 어종이 서식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미호종개를 보호하고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철새 도래지로 급부상

10여년 전부터 미호천이 철새 도래지가 된 것은 미호종개의 서식환경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구불구불 자연그대로의 물줄기가 변형되지 않았고 물가에는 모래톱과 자갈밭이 남게 됐다. 모래톱과 자갈밭 사이로 갈대와 갯버들 군락도 자라나 물 가운데는 하중도라는 커다란 섬이 생겨났다. 이곳을 철새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청동오리나 원앙이 등 겨울철새 수백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장면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으며 사진작가나 동호인들의 단골 출사코스가 됐다.

큰고니(백조)는 무심천 합수부(까치내) 일대에서 매년 고정적으로 월동하고 있으며 금강하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창오리떼의 군무가 관찰되기도 한다. 수십마리의 독수리도 날아온다. 청둥오리나 힌뺨검둥오리들은 이미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녀석들이 돼 버렸다. 수달과 삵도 미호천을 터로 살아간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기만 하면 생명은 저절로 꽃을 피운다는 진리를 미호천이 증명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호천 철새도래지는 청주도심에서 자동차로 10분여 거리에 불과하다. 겨울철에 미호천 제방길이나 반대편 옥산~오창간 도로를 달리면 이곳을 찾은 철새들의 다양한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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