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에 이르는 동안 모두 5명의 청주시장이 탄생했다. 단 1번의 재선도 허용하지 않은 청주시민들의 냉철함에 일단 찬사를 보낸다. 참으로 충북의 수부(首府)다운 단호함이다.

자민련 녹색바람을 타고 당선된 김현수 초대시장은 원래 4.19 민주투사 출신이다. DJ가 민주회복을 외치던 시절에는 거리를 누비는 야당 의원이었다. 김 시장의 스타일은 그래서 민중적이었다. 이념적으로 그랬다기보다는 행동양식이 전투적이었다.

김 시장은 나쁜 기사든 좋은 기사든 무조건 크게만 써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김 시장의 저격수를 자처했던 P모 기자는 늘 맥이 풀렸다. 김 시장은 집권 말기 오제세 부시장이 자신을 대신해 경로당 행사를 독점한 것에 격분했다. 오 부시장은 현재 청주 흥덕갑 국회의원이다. 김 시장은 지금도 장갑과 가위를 직접 준비해 모든 개막행사에 참석한다.

민선 2기 나기정 시장은 학구파였다. 지방차지를 배우기 위해 해외출장 또는 연수를 갈 때마다 진지했다. 동행한 교수를 늘 스승으로 우대했다. 나 시장은 문화와 예술을 중요하게 여겼다.

공무원들은 교수를 좋아하는 나 시장을 싫어했다. 부담스러워했다. 나 시장의 꿈같은 공상 중에는 청주성의 일부를 복원하고 청주의 중심거리 지하를 주차장과 지하도로로 만드는 웅대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시대를 앞서간 시장이었다. 몇 차례 지방선거에서 나 시장을 도지사 후보로 탐낸 군소정당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 시장은 단호히 거절했다.


민선 3기 한 대수 시장은 멋쟁이였다. 선글라스가 어울리는 몇 안 되는 60대였다. 한 시장은 청주시의 보조금을 받은 행사에서 축사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비누방울이 날리는 공연모습을 접시로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다. 기부행위는 아니었다. 접시를 받은 사람들이 접시로 사용하지 않았기에.

한 시장은 지인들에게 종종 시장이 지루하다고 말했다. 한 시장은 적이 없었다. 취재에 가장 개방적인 시장은 한 시장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시장이 과잉행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은 공무원 해병대 모임이 유일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민선 4기 남상우 시장은 가장 순수했던 시장이다. 감정을 숨길 줄 몰랐던. 남 시장은 눈을 잘 치운 시장으로 영원히 기억될만 하다. 공무원들도 힘들었겠지만 남 시장은 늘 앞장을 섰다. 남 시장은 6.2 선거공보에 휴일에 외손녀를 업고 산불을 끈 시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남 시장은 고딕체형 시장이었다. 선거공보의 모든 글씨가 고딕체였다. 지방선거에서 예상 밖의 큰 차로 진 것도 소통방식 때문이 아닐까? 관사에서도 늘 샌드백을 두드렸다고 한다. 직접 맞지는 않았더라도 맞은 거나 진배없는 인물 중에 상당수가 기자였으리라.

민선 5기 한범덕 시장은?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선거 당시 현직 시장에 충성을 다한 건 당연한 거라며 공무원을 달래는 한 시장은 親공무원 시장이다. 과거 반상회보, 시민신문에서 자신의 얼굴과 기사를 뺀 것은 親시민적이다.

대면 업무보고를 지양하고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해 결재를 시도하는 것은 공무원들을 과대평가하는 감도 있다. 건강문제로 불 꺼진 시장실에서 홀로 준비한 식사를 먹는다는 기사에서는 외곬이 느껴진다. 그런데 시장도 스타일이 있지만 공무원들도 스타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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