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해외사업 실패 이유 단체장의 ‘한건주의’ 가장 커
중개인 역할하는 일부 ‘브로커’들 농간에 당하는 경우도

‘한건주의’를 지향하는 자치단체장과 한 몫 챙기기를 원하는 브로커들이 만나 통상 해외사업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사업들은 화려하게 포장돼 구미를 당기지만 결과는 ‘꽝’으로 끝나기 일쑤다. 사진은 국제웨딩빌리지 MOU 체결식

지자체마다 해외자본 내지 해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만 그 만큼 알맹이 없는 사업도 많다. 충북도도 그동안 여러차례 화려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빈 공약’에 그친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오송메디컬그린시티 역시 미국과 진행하는 사업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허점이 많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원종 지사 시절, 김 모 전 충북도립대 학장은 IT 교육원을 운영하면서 편법으로 정부예산을 사용한 혐의로 한동안 검찰에 불려다녔다. 중소기업청에서 주는 보조금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편법 사용한 게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보조금 편법사용보다 사업자체에 있었다.

이 대학에서는 시설과 장비를 부담하고 캐나다는 강사와 IT관련 교재를 책임져 학생들을 교육시킨 뒤 캐나다에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도립대는 학생들을 모집하는 일부터 교육시켜 캐나다에 취업시키는 것까지 맡았으나 예상을 훨씬 밑도는 학생들만이 취업에 성공하자 나머지 학생들이 ‘사기교육’이라며 문제를 삼은 것. 이 과정에 국가보조금을 잘못 사용한 사실이 나오자 검찰이 김 학장을 사기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공무원 모 씨는 “처음에는 캐나다교육청과 충청북도가 진행하는 그럴듯한 교육사업으로 알려졌으나 결과는 이렇게 좋지 않았다. 도립대도 충북도를 통해 이 사업을 받은 것인데, 영어를 웬만큼 하는 학생들이 적어 처음부터 취업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영어와 IT분야 실력자를 원했으나 1년 교육과정으로 이게 가능한가”라면서 “이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캐나다교육청에서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사람도 파면을 당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양쪽 모두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게 더 많다. 해외사업을 추진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나 중개인이 과대포장해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문만 요란했던 차이나타운 건설 사업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사진은 충북의 모델이 됐던 인천 차이나타운

겉만 화려했던 차이나월드
충북도는 또 민선4기 출범과 함께 1조8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들어가는 차이나월드 건립을 추진했다. 道는 지난해 투자유치설명회에 이어 사업자를 공모했으나 희망자가 없어 포기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처음부터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데다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교육+관광+위락을 모두 추구해 ‘종합세트’ 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럼에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제천시와 청원군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제천시에 화교자본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차이나타운을 조성해보자고 제안했던 모 건설업체 대표는 브로커한테 속아 상당한 액수의 돈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제천시는 신월동·청전동 일대 365만제곱미터 부지에 한방산업과 청풍문화재단지 등 관광자원, 교육체험, 숙박시설 등을 조성해 명품시설로 만들겠다며 한동안 의지를 불태우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그리고 청원군은 강외면 공북리 일원 330만제곱미터에 교육·관광·유통·휴양·주거·산업기능이 있는 복합단지를 꿈꾸었다. 청원군은 충북도에서 차이나월드를 추진하기 이전부터 이 사업을 진행했고 김 군수는 중국어마을 조성을 공약사항으로 내세우고 중국을 2번이나 방문했다. 김 군수는 전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중국 이우도매시장을 둘러보고 중국 투자자를 만나기도 했다. 김 군수는 독자적으로 차이나월드를 추진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으나 중국측 투자자가 투자시기를 미루면서 결국은 2009년 5월 백지화됐다.

그런가하면 진천군은 민선4기 때 JC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진전된 게 없다. 진천군은 복합산업단지와 레저타운 개발에 1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양해각서를 일본 부동산개발 관리회사인 알데프로 등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업을 주선했던 시행사 (주)M사는 진천군과 체결했던 MOU 중 일부 조항을 임의로 삽입하고 유영훈 진천군수의 서명을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M사는 국내 회사이다. 진천군의회 정광섭·김동구 의원은 지난 2008년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악질브로커 차단할 장치 있어야
지난 2008년 충북도가 밀레니엄타운 부지에 유치하기 위해 MOU를 체결했던 (주)끼트레이딩의 국제웨딩빌리지 사업도 한동안 인구에 회자됐다. 이 회사는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데다 일본업체를 소개하는 역할에 그치고 설계부터 운영까지 일본업체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 모 대표는 한류스타 배용준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투자해 일본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자본이나 해외기업을 유치할 때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생기는 이유는 우선 자치단체장이 ‘한건주의’로 과도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고, 다음으로는 중개인 역할을 하는 일명 ‘브로커’들이 사기를 치기 때문이라는 여론이다. 지자체에 은밀히 접근해 사업을 벌인 뒤 잘되면 한 몫 챙기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책임감 없이 덤벼드는 브로커들이 많다는 것. 해외업무를 담당했던 충북도 국제통상과에도 이런 사람들이 무수히 찾아온다고 한 직원은 말했다.

이런 일들은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이 생기고, 브로커들은 전국 지자체를 돌면서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봉쇄할 제도가 없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외교부 고위공무원을 국제관계자문대사로 광역지자체에 파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사관 등 해외 공식라인을 통해 국제교류 증진과 투자유치, 국제관계 이벤트지원 등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움직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 자치단체장은 사업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고, 국가는 정보라인을 활용해 지자체가 더 이상 악질 브로커들에게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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