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홈페이지 폐쇄적 운영에 불만 팽배
“주민과 소통하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홈페이지는 얼굴이며 됨됨이다. 더구나 행정기관의 홈페이지는 주민 또는 국민 누구나 찾는 관공서 역할을 함께 하고 있기에 해당 관청 공무원 모두의 얼굴이기도 하다. 사람도 첫 이미지가 좋으면 미소를 띠며 관계가 원만하게 시작하게 돼 쉽게 선량한 관계로 이어져 평생지기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을 어둡게 하거나 무겁게 해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렵게 분위기를 끌고 간다면 친해지기 어려울 것이다.

▲ 진천군이 주민과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사진은 진천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요즘 진천군청 홈페이지(www.jincheon. go.kr)가 주민과의 소통에 소극적이어서 원성이 높다. 심지어 진천군의회 의원들조차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일에는 진천군의회 부의장이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진짜 ‘자유게시판’ 주소(진천군 공무원노조 홈페이지)를 올려놓고 주민들에게 소개하기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홈페이지만이 아니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주민들은 의견이나 건의 또는 민원성 소원을 자유게시판을 통해 편하게 개진하고 싶어도 다른 관청과는 다르게 회원가입을 해야만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불만이다. 실제로 충북의 12개 시군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확인해보니 진천군청을 제외한 11개 시군 홈페이는 주민번호와 이름 또는 공증아이피 인증을 하면 회원가입 없이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의회 의원들도 소통부재 걱정

진천군의 이런 폐쇄적인 홈페이지 운영에 대해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1월부터 진천군 관련 홈페이지의 통합아이디 운영제를 실시하면서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잘못됐으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아예 익명으로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열린’ 자유게시판으로 바뀌어 있었다. 진천군의회 자유게시판도 마찬가지.

그러나 게시판 소개의 글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법적문제 발생 시 민·형사상 책임 문제나 예고 없이 삭제 할 수 있다는 경고성 문구들로 가득하다. 그 흔한 ‘건전한 정보문화 정착을 위하여 실명제로 운영됩니다’라는 문구조차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의 질타가 두려워 일시적으로 익명이 가능한 ‘자유게시판’으로 변장해 일시적으로 소나기를 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의심은 괜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진천군이 지난달 실시한 군민 참여 전자투표(홈페이지-여론광장-설문/전자투표)를 통해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2011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주민의견수렴 설문’을 실시했지만 7명만이 설문에 응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주민들의 어르신들이 많아 호응도가 낮은 것 같다. 그래서 각 읍면사무소를 통해 설문지 300부를 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대개 실시하는 “팝업창과 배너도 올리지 않았다”는 말에 군의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사고(思考)가 소극적이고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런 의심은 또 다른 공무원에 의해서도 읽혀진다. 진천군 임시의회에서 의원들과 기자석에 배포돼 공개 되었던 각 실과소별 주요업무보고의 통합된 내용을 요청한 기자에게 “알려줄 수 없다”고 답하더니 타 시군과 왜 다르냐고 질의하자 “다시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하고는 약속된 시일까지 소식이 없다.

게시판엔 경고문구만 가득

또한 지난 7월 열린 의회 때 김상봉 부의장이 질의한 ‘자유게시판 익명 가능 여부’와 ‘아이피 추적 프로그램 가동 여부’에 대해 담당 공무원이 별도로 답변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고 김 부의장은 전했다.

이런 주민의견 수렴과 관련한 군의 태도에 대해 김기형 의원은 “답답하다. 이런 소통의 부재 때문에 주민들은 의원들에게 많은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하고 “쓴 소리를 겁내면 안 되고 오히려 경우에 맞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만나 설득할 때 정책 추진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뼈있는 충언도 했다.

염정환 의원도 산수 산업단지 문제 등에 대해서 “주민 의견을 미리 들어가면서 정책을 추진한다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며 “현장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민과 행정부의 소통의 부재를 걱정했다.

한편 지난 회기 때 질의를 했던 김상봉 부의장은 “다음 달 열리는 의회에서는 답변을 하기로 했던 공무원 등에 대해서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하고 “군청과 의회 내 컴퓨터에서는 공무원노조 홈페이지를 봉쇄해 놓았다”고 말하면서 다음 의회에 대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번에 청주시청의 ‘시장과의 대화’, ‘시장과의 행복데이트’ 또는 단양군청의 ‘나도 한마디’ 등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진전되고 따뜻한 게시판을 운영하게 되리라고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렇더라도 진천군청 홈페이지의 ‘열린 자유게시판’이 지속 된다면 충북도 내에서 유일하게 익명이 가능한 ‘열린 자유게시판’으로 불리게 될 것이다.

자유게시판만의 문제는 아니다 홈페이지 전반에 걸쳐 실명 인증만 거치면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해야 된다는 목소리다. 단 열린 게시판 운영으로 인해 악성 글이 도배를 하게 된다면 아이피 주소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도 있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진천군 의원은 “공무원 한 두 명과 군수만이 보안을 이유로 몇년씩 정책사업을 구상해 MOU 형식 등을 통해 발표하는 것을 보면 이런 폐쇄적 홈페이지 운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라며 체념한 듯 말끝을 흐리는 의원의 심경을 재선 2기에 들어선 유영훈 군수와 정책 공무원들은 깊이 새겨볼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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