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정적인 게 위험하다”

한범덕 청주시장이 책벌레라는 것은 지인들 사이에 오픈된 정보다. 다만 한 시장이 요즘 어떤 류(類)의 책을 읽고 있을까가 궁금할 따름이다. 그의 독서가 실용성을 띨 것도 분명한데, 동양사학과라는 전공에 맞게 고전(古傳)의 숲에서 치세와 경영의 전략을 찾지 않을까하는 짐작으로 22일 집무실을 찾았다.

책상머리에는 한 무더기의 책이 쌓여 있었다. <1등기업의 비밀> <오리진이 되라> <도시 읽는 CEO> 등 얼핏 보기에도 10여권이나 됐다. 25일부터 시작되는 휴가 때 읽으려고 선물을 받거나 직접 산 책 가운데 몇 권을 골라 놓은 것이라고 한다. 최근의 독서경향을 짐작할 수 있는 선택이다.

‘시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무어냐’고 물으니 “공무원들만이라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며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추천했다. <제3의 물결>을 통해 금세기 최고 미래학자의 반열에 오른 토플러 부부의 공저다. 일단 65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기가 죽는 책이다. 

한 시장은 “2006년 8월 책이 나오자마자 사서 읽었다. 당시 특강을 준비하면서 내가 먼저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 겉장에 두른 띠지에서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부에 대해 논하지 말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은 돈 버는 기술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제와 기술의 발전, 사회변화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한 시장은 “부의 미래를 읽고 거대한 공장에서 책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집대성한 퓨전방식의 책이다. 스마트폰이 전화와 인터넷, TV, 책까지 수록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담고 있듯이….”라고 평가했다.

한 시장은 또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 구나. 우리가 생각하는 부와 미래의 부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 또는 집단이 스스로 생산(Produce)하면서 동시에 소비(Consume)하는 프로슈머의 숨은 경제에 대한 개념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가장 안정적인 것이 가장 위험한 것이다. 공직사회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에는 변화의 속도에 대한 재미있는 비교가 담겨있다. 변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시속 100마일의 자동차는 기업이나 사업체다. 90마일로 달리는 NGO(비정부기구) 중심의 시민단체가 달리고 있고 60마일의 차는 가족이다. 한참 뒤처지는 30마일쯤에 노동조합이 있고, 그 뒤에 정부관료 등 규제기관이 25마일의 속도로 따른다. 이보다도 못한 느림보 조직으로는 교육(10마일) 국제기구(5마일) 정치권(3마일) 법(1마일)이 있다. 한 시장은 앨빈 토플러의 속도계를 인정했다.

“스마트폰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컴맹이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스마트폰맹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한 시장은 대화 도중에 검색할 내용이 생기자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을 켰다. 요즘엔 차로 이동하는 과정에 트위터를 한단다. 한 시장은 이외수, 김주하, 오바마의 팔로어(follower)이고 한 시장의 팔로어는 12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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