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권위’ 부르짖는 민선5기 기관·단체장·지방의원들 누구?

현대사회의 키워드는 ‘대화’와 ‘소통’이다. 대화와 소통없이 일방통행 할 경우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대통령과 지도자는 민심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민선5기 출범식 때 자치단체장들은 취임사에서 하나같이 대화와 소통이 시대적 요청이며 주민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행정이 사라져야 한다. 자치단체장부터 ‘脫 권위’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고 행정기관도 과거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바뀌어야 한다. 본지는 ‘脫 권위’를 선언한 단체장들의 모습과 앞으로 바꿔야 할 것들을 취재했다.

이시종 도시자-육거리시장에서 만찬
한범덕 청주시장-이메일·구두·스마트폰보고
이종윤 청원군수-벽 허물고 나홀로 현장방문
김형근 도의장-‘의장모시기’ 관행 폐지
진천군의회-행사장서 뒤에 앉고 차대접 스스로
김승택총장·이규창·변종윤의장-관용차 안타기

이시종 도지사는 관사개방과 도청 담장 허물기를 약속했다. 둘 다 권위주의의 청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취임 후 첫 실·국장들과의 식사를 육거리시장내 삼겹살집에서 했다. 이 지사는 앞으로도 한정식집 보다는 가능한 육거리시장 같은 편안한 곳을 식사장소로 잡으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신찬인 비서실장에게 혹시 취임초라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렇지 않다. 충주시장 하실 때도 칼국수 자장면을 가장 많이 드셨고, 선거 때도 주로 육거리시장에서 식사하셨다고 한다. 요즘도 아침에 일찍 나오실 때는 해장국과 김밥을 주로 드신다. 음식은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한정식집의 저녁식사 비용은 1인당 최소 3만원이다. 여기에 술을 주문할 경우 상당한 금액의 식사비가 지출된다. 이 지사가 4년 동안 이렇게 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만일 계속한다면 다른 단체장들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낮은 칸막이 설치한 이종윤 군수
그런가하면 한범덕 청주시장도 脫 권위적인 행정을 펼쳐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구청이나 사업소 같은 기관을 방문할 때 보고서를 만들지 말 것, 업무보고서 대신 간단한 메모·이메일·스마트폰 등을 이용하고 구두로 보고할 것, 시장의 사업소 방문시 차렷 경례 대신 간단한 목례로 할 것, 시장 책상위에 자개명패 대신 간단한 이름표를 놓을 것 등을 지시했다.

그리고 민선5기 들어 청주시가 달라진 게 또 있다. 청주시 내·외벽에 써붙인 시정 슬로건 같은 것이 없어졌다. 정정순 부시장은 “무엇을 걷어내는 것은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설치할 때는 청주시와 꼭 상의해야 한다. 우리도 공공디자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녹색수도 청주와도 부합되는 일이다”면서 “시청내 플래카드를 떼었듯이 시내도 지저분한 것은 싹 걷어냈으면 좋겠다. 도시를 비우고 원래 모습대로 찾는 게 중요하다. 동 평가 때문에 무엇인가를 자꾸 만들어 낸다고 해서 평가기준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때 자주 하던 것처럼 ‘~하자’는 슬로건을 가급적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린 군수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종윤 청원군수는 약속을 지켰다. 취임 전 이 군수는 비서실과 군수실 사이에 있던 벽을 허물고 낮은 칸막이를 설치했다. 그래서 군수실에 누가 와있는지 다 보인다. 이 군수는 “외부손님들이 와보고 좋아한다. 군수가 비밀얘기 할 게 뭐 그리 많아 문을 닫고 지내는가. 직원들이 칸막이 높이를 더 높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 게 좋다”고 말했다. 역대 자치단체장중 취임 초에 시장·군수실을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많이 했지만, 이를 4년 동안 지킨 단체장은 없었다.

그는 또 1주일에 세 번 가량 새벽 5시에 농업현장과 민원·공사현장을 방문한다. 실·과장을 대동하지 않고 현장에도 연락하지 않은 채 혼자 불쑥 간다고. “민원파악 하기는 그만이다. 이 자리에서 배우는 게 많다. 현장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동안 현장방문을 계속할 것이냐고 묻자 이 군수는 “물론이다. 나 자신한테도 큰 공부가 된다”고 밝혔다.

관용차 안타기운동 벌어질까
지방의회의 낮은 자세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당선만 됐다하면 힘이 들어가 ‘목에 깁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위적인 게 과거 지방의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운동권 출신의 김형근 도의장은 일하는 의장을 표방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말에도 나오고 싶어도 직원들이 불편해 할까봐 못 나온다는 것. 그 외에도 군대식 문화와 비서들이 의장을 깍듯하게 ‘모시는’ 관행들을 이미 여러 개 폐지했다. 비서들이 출퇴근시 나와있거나, 가방을 들어주거나, 군대식으로 신고하는 등 ‘과공비례’ 같은 것들이다.

진천군의회(의장 이규창)는 ‘꿈과 희망이 함께 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해 행사시 맨 앞자리가 아니라 군민들과 함께 일반석에 앉기로 했다. 이규창 의장은 “원구성 전 오리엔테이션 할 때 자연스레 얘기가 나왔고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서 요즘 행사 때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천군의회는 의원실에 각종 차와 음료수, 정수기를 설치해놓고 의원들이 방문객들에게 직접 차를 대접하고 있다. 이 또한 의원들이 먼저 결의했다. 주민과 함께하는 자세라는 것이 이 의장 말이다. 진천군의회는 한나라당 2, 민주당 3, 민노당 2명 등으로 황금분할을 이뤘고 이규창 의장은 민주당, 김상봉 부의장은 민노당이다.

이규창 의장과 변종윤 청원군의장은 관용차 대신 개인 차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 의장은 관용차의 내구연수가 2년이나 지났지만 교체하지 않기로 했고, 변 의장은 2006년 구입 당시 5000만원이 넘는 고가였던 뉴체어맨S를 내구연수가 지난 뒤 매각키로 했다. 그런가하면 김승택 충북대총장은 걸어서 출퇴근하고 학내에서도 도보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들은 형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관행을 허문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타 기관·단체에서도 본받는다면 지역사회 분위기가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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