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질은 의미는 분명한데 조어(造語)의 의도가 헷갈리는 단어다. 사전에서 고자질을 찾아보면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짓’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잘못이 있을 때 이를 폭로하거나 누군가에게 제보하는 일이 무조건 나쁜 일은 아닐 텐데 알릴 고(告) 뒤에 놈 자(者)를 붙이고 그 뒤에 부정적인 의미를 연상케 하는 접미사 ‘질’까지 덧붙인 것은 아무래도 조어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얘기다.

고자를 꼭 일러바친 ‘놈’이라고 간주하자는 건 아니다. 자(者)의 훈(訓)이 격을 높여 사람을 지칭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자(記者)를 굳이 ‘기록하는 놈’이라고 풀이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사전에서 찾아본 기자는 ‘신문, 잡지, 방송 따위에 실을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이다.

자(者)에는 또 ‘일이나 물건을 가리켜 이른다’는 뜻이 있으므로 고자라는 단어만으로도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짓’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그 뒤에 도둑질, 이간질, 분탕질 등에나 쓰이는 ‘질’을 덧붙인 것일까?

국어책에 불나면 국불사 or 불국사?

전교조 충북지부가 고자질을 했다. 7월13,14일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 때 도내 초등학교에서 13건의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파장이 큰 것은 부정행위의 주체가 학생들이 아니라 교감이나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제천 S초교에서 교감과 교사 등이 학생들에게 정답을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16일 이후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제보한 부정행위 의혹 사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이 같은 부정사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N초교에서는 감독교사가 ‘불국사’가 정답인 문제에 대해 ‘국어책에 불이 나면 뭐라고 해야 할까’라며 정답을 유도했고, B초교에서는 고유어를 찾는 문제에 대해 ‘우유는 한자가 들어 있으니 답이 아니잖아’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또 “C교육장은 6월30일 교감 및 평가 담당자 회의에서 교감을 대상으로 성적을 독려하면서 ‘아파트 밀집지역과 같은 좋은 학구에서 성적이 나쁘게 나오면 좋은 학교로 이동할 수 없다’, ‘평가 결과 하위 5%는 교육청으로 불러들이겠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좋은 고자질은 내부고발이라 부르자

전교조의 고자질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이 발끈했다. 이수철 교육국장은 26일 “전교조는 구체적인 정보를 늦어도 이달 말까지 도교육청에 제공해줄 것을 공식 요구한다. 전교조가 6하 원칙에 의한 실명정보를 제공하면 도교육청은 적극 조사할 용의가 있다. 만약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 이럴 경우 충북 교육의 명예와 자존심을 고의로 훼손하려는 의도로 간주하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청의 태도는 일견 당당해보이지만 내면은 그렇지 않다. 이는 2008년 일제고사 전국 꼴찌(도교육청의 자아비판에 따르면)에서 2009년 전국 최상위를 기록한 이기용 신화에 대한 정면도전이기 때문에 전교조의 고자질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신화는 조작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더구나 전교조는 도교육청에 고자질한 것이 아니라 도민들에게 일러바친 것이다. 여기에다 전교조의 고자질은 내부 제보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다. 조사권을 가진 것은 교육당국이다. 따라서 입증책임도 당연히 교육청에 있다. 교육청은 전교조가 실명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비리의 폭로에도 구분 없이 ‘질’을 붙이는 대한민국이여, 앞으로 좋은 고자질에는 내부고발이란 표현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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