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숭배하는 인간들이 인공지구를 만드는 실험에 도전한 적이 있다. 1980년대 말 미국 애리조나 주에 만든 ‘바이오스피어2(Biosphere2)’가 그것이다. 약 1.25ha(4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온실 안에 열대우림, 사바나, 사막, 바다, 습지 등 지구상에서 볼 수 있는 5가지 형태의 지역을 설치했으며 농경지와 거주지를 만들었다.

내부에는 약 3000종의 생물을 집어넣었으며 우림에는 아마존에서 직접 가져온 300종의 식물을 심었다. 바다에 넣을 산호초를 카리브 해에서 직접 가져왔으며 다양한 종류의 척추동물도 함께 넣어졌다. 이 안에는 또 8명의 실험자가 들어가 외부와 물질교환 없이 자급자족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

1991~93년까지 2년에 걸친 실험의 결과는? 약속했던 기간을 겨우 채웠을 때 실험자들은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인공지구에서 탈출해야했다. 산소농도는 낮밤에 따라 요동쳤고 바닷물도, 박테리아도, 나팔꽃도 실험자들이 기대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외부단절을 자신했지만 끊임없이 부족한 산소를 공급받아야했던 것.

무한한 삽날의 힘을 믿사오니
다소 오만했지만 바이오스피어의 실험을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수많은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중에 가장 큰 교훈은 자연이 인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용주의로 무장된 미국은 이 거대한 실험장 일체를 관광지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에는 ‘강바닥을 준설하면 물이 맑아진다’고 믿는 개발교(開發敎)의 교조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과학도 없다. “퇴적토를 퍼내면 물이 맑아지지 않겠냐”는 교주의 말을 무조건 신봉한다. 강바닥의 굴곡과 수초, 모래 속에 사는 미생물 등 작은 우주는 굽어 살피지 않는다.

이 결과 은총처럼 주어진 무한한 모래와 골재로 이들은 강변을 따라 성전(聖殿)을 짓는다. 이번에는 수변생태계가 불도저와 굴삭기에 의해 파헤쳐진다. 그렇지 않아도 멸종위기에 있던 동식물들은 장렬히 최후를 맞는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한 ‘단양쑥부쟁이’도 그 중에 하나다. 충북 단양이 고향인 이 잡초(?)는 1980년 충주댐 건설로 자생지가 수몰됐음에도 풀씨를 떠내려 보내는 놀라운 생명력으로, 2005년 남한강 하류인 경기도 여주군 강변에서 제법 규모가 큰 군락지가 발견된 상태였다.
  
“나는 수달을 잡아 기른다?”
4대강 공사로 여주군락지가 파괴됐다는 비보를 접할 즈음 단양쑥부쟁이를 화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주인공은 뜻밖에도 식물학자가 아니라 개발교의 독실한 신자인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었다. 온실도 아닌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같은 업적을 이룬 그는 “물만 주는데도 너무나 잘 크고 있다. 단양쑥부쟁이가 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그는 비록 ‘누구든지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포획·채취·방사·이식·훼손·보관 및 고사(枯死)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을 어겼지만 멸종위기종을 관상용으로 개량한 혁혁한 성과를 인정받는 듯하다.

이에 뒤질세라 단양군농업기술센터가 “지난해 2002년 매포천 일대에서 채취한 단양쑥부쟁이씨앗을 지난해 1월 가곡면 시험포 100㎡에 증식작업을 벌여 현재 1만여 그루가 튼튼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컨대‘멸종위기종인 수달을 잡아서 기르고 있다거나 동물원에서 번식에 성공했다’는 류(類)의 뉴스를 듣는 기분이다. 

말이 4대강이지 낙동강에서 한강까지 국토전역이 공사판인 우리나라의 국교는 개발교다. 유리온실 속에서 단절된 실험에 그친 바이오스피어2와 달리 국토전체가 개발과 생태의 각축장이 되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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