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교복이라기보다는 제복에 가까운 유니폼을 입었던 7080세대는 이 노래를 들으면 ‘캠프’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금과옥조에 따라 남녀가 격리되던 그 시절, 교회나 RCY, 청소년연맹 등이 주최하는 캠프는 피 끓는 청춘의 로망이었다.

당시의 애창곡은 연가, 등대지기, 길가에 앉아서 등 뭐 이런 노래들이었고, 캠프파이어의 이글거리는 불가에 둘러앉아 수건돌리기 같은 건전한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당시에도 보다 등급이 높은 게임이 있었는데,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사회자가 특정 숫자를 외치면 그 숫자만큼의 인원이 무리를 이루며 부둥켜안는 것이 게임의 룰이었다. 당연히 정해진 숫자의 무리를 형성하지 못한 사람들은 탈락이었다.

무리를 이루는데 친소나 남녀의 가림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던 이 파격적인 게임은 초파일 밤의 탑돌이나 정초의 널뛰기처럼 시대의 금기를 뛰어넘는 것이어서 분위기가 여간 무르익지 않고서는 시행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빙글빙글 돌다 숫자를 외치면…
이달 초 마무리된 도내 지방의회의 원구성을 보면 그 옛날 짝짓기 게임이 생각이 난다. 사실 연대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이고 역사의 순간순간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사회적 소수자 또는 약자들이 힘을 합쳐 불의의 권력에 항거하는 것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친소나 남녀의 가림이 개입될 여지가 없던 그 짝짓기 게임처럼 오직 세를 이루기 위한 야합이 문제라는 것이다. 충북도의회는 민주당과 선진당이 공조해 한나라당을 완전히 배제하려다가 그래도 상임위원장 한 자리를 줬다.

제천시의회는 민주당 5명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 6명과 무소속 2명만 출석해 반쪽짜리 의장단을 선출했다. 의장은 한나라였고 부의장은 무소속이었다. 다수당에 붙으니 2대5 싸움에서 이긴 꼴이다.

진천군의회는 이례적으로 2명을 당선시킨 민노당이 민주당 3명과 힘을 합쳐 2석의 한나라당을 의장단 선출에서 밀어냈다. 그래도 진천군의회는 격이 다른 것이 두 당이 오랜 진통 끝에 정책연대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의회구성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4년 뒤 다시 초대받고 싶은가
아예 다수당이 무리를 이뤄 짝짓기 게임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보은군의회는 다수당인 선진당에 맞서 소수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배분을 요구했으나 결국 8명의 의원 가운데 선진당 의원 5명만 투표에 참가했다. 결과는 의장과 부의장 독식이다.

영동군의회 역시 선진당, 단양군의회는 한나라당을 위한 상차림이었다. 소수당은 만찬에 초대됐음에도 자신의 수저나 젓가락이 없는 것을 보고 아예 퇴장이라는 선택을 했다.

이제 원 구성 게임은 끝났다. 그 옛날 짝짓기 게임의 일시적 승자들은 다시 노래가 시작되면 민망하게 흩어져 다시 원을 그리며 새롭게 불릴 숫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원구성은 끝났지만 의정활동은 지금부터다. 의원들은 이제 유권자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4년 뒤 정치인의 로망인 차기 의회에 다시 초대받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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