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소재 Y산업, 수습기간 적용해 최저임금마저도 10% 삭감
최저임금 못 받는 노동자 211만명, 월평균 급여 38.6% 수준

최저임금제도는 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적정한 임금이 아니라 최소한의 임금이다.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임금 노동자의 의 월평균 급여는 216만6477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을 받는 노동자는 임금 노동자의 월평균 급여에 38.6%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충북참여연대는 23일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 수가 211만명이고, 고작 최저임금으로 살아야 하는 저임금계층이 전체 노동자의 25.6%”라고 발표했다.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 배연희 감독관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노동청에 진정이 들어오는 경우는 대부분 식당과 편의점 등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종사자들”이라며 “영세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기업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혀 기업과 관련한 진정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을 악용하는 기업들의 횡포에 시름하는 노동자는 여전히 있다. 계약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K씨(53)는 지난 5월 새롭게 들어간 직장을 한 달 만에 그만뒀다. K씨는 “지금껏 1년 계약으로 이곳저곳을 떠돌며 일 해왔지만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을 할 수 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 전국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21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에서는 수습기간을 이유로 3개월 간 최저임금에서도 10%를 삭감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계약직 노동자 K씨 사연
K씨는 진천군의 한 자동차부품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했다. 회사 측으로부터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을 시작했던 k씨는 첫 월급을 받고 깜짝 놀랐다. 시급이 4110원이 아닌 3699원으로 책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Y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수습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수습기간(3개월)에는 급여의 10%를 제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의 말대로 근로기준법에는 수습기간을 둘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근로계약서나 사내 취업규칙에 이 같은 규정에 대한 설명만 있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25년동안 자동차부품을 만들어온 중견업체가 단순생산직 사원에 대해 수습기간을 적용하는 것을 두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비난이 일고 있다. K씨는 “나와 함께 일을 시작한 직원들은 모두 그만뒀다.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10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다. 이러한 조건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Y산업 관계자는 “동종업계에서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인근 C산업은 수습기간을 적용하지 않을뿐더러 최저임금 이상인 시급 4200원을 적용하고 있었다. K씨는 이미 이곳에서 1년간 같은 업무를 해왔던 터라 수습기간 적용이 더욱 억울한 것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직무적응능력 판단을 위해 수습기간을 둔다고 하지만 이와 함께 해고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다”며 “부당해고의 경우 수습기간이라고 해서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당 여부를 판단할 때 일부 고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민주노총충북본부 대외협력부장은 “수습기간이라는 법제도를 이용해 최저수준의 임금마저도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안정적인 고용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노동자에게만 임금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 나아가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힘이 된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 결과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최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상이 29일 마무리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8일까지 7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으나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가 제시한 금액은 5180원. 최저임금이 최소한 평균 급여 절반 수준은 돼야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경영계는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과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들어 올해 최저임금인 4110원에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7차까지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동계는 4900원까지, 경영계는 4145원을 제시해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 각 9명씩 27명의 위원이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최저임금안을 의결한다. 노동부 장관은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한다.

최저임금 높여야 하는 이유
사회적 약자 적용 14개 법률 기준으로 활용
최저임금이 국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29일 노동부에 따르면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 재난·사고 피해자, 사회 변동의 희생자에게 돈을 지급할 때 그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활용하는 법률은 모두 14개에 달한다.

고용보험법에서는 실업급여를 산정할 때 근로자의 하루 급여가 최저임금에 모자라면 최저임금을 기초로 계산한다. 산전후 휴가액은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쓴다. 훈련수당도 최저임금의 70%에 교통비 3만원을 더해 산출한다. 사회보장기본법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임금을 참작해 사회보장급여의 수준을 결정하라고 명시돼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고용장려금을 월 단위 최저임금 범위에서 정하고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했을 때 기업이 내는 1인당 부담금도 최저임금의 60% 이상으로 결정하도록 돼있다.

산업재해보상보호법도 최저 보상기준을 최저임금으로 삼는다. 부분 휴업급여를 지급할 때 최저임금에서 취업한 날의 임금을 공제한 후 지급한다. 전염병예방법에서는 예방접종을 하다가 숨진 사람에게 월 최저임금의 240배를 일시에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도 특별재난으로 사망하면 월 최저임금의 240배를 주고 부상자에게는 사망자 보상금의 절반 이하를 준다. 형사보상법은 구금을 보상해야 할 때 보상청구의 원인이 발생한 해의 최저임금의 5배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범죄 신고자 등 보호법은 범죄 신고자를 따로 보호할 때 하루 최저임금의 5배 이하에서 구조금을 근무직종에 따라 지급하도록 한다. 최저임금은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정착"금),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용역계약 노무비),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포로가족 지원금) 등에서도 기준이 된다. 이밖에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정착금),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보상금),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에 관한 법률(공로금)에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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