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젊은 충북·인적 청산 바랐으나 기대 이하
“도지사 바뀌면 충북 움직이는 인물들도 새로워져야”

이번 6·2 지방선거 결과는 선거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충격적이다. 녹색바람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을 강타했고 충북을 휩쓸었다. 특히 충북 권력의 핵이라고 볼 수 있는 도지사를 민주당이 차지, 도민들은 변화바람을 맞게 됐다. 민주당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도지사를 한 번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에 민주당 도지사가 당선된 것은 충북 권력의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을 알리는 ‘예고편’ 이기도 하다.

이원종 전 도지사
민선1기 주병덕 지사가 표방한 도정목표는 ‘힘있는 충북건설’ 이었다. 민선2~3기를 연임한 이원종 지사는 2기 때 ‘열린 미래·희망찬 충북’ 3기 때 ‘으뜸 도민·으뜸 충북’을 주창했다. 그리고 민선4기 정우택 지사는 ‘잘사는 충북·행복한 도민’을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주 지사는 농업, 이 지사는 바이오(생명과학), 정 지사는 경제를 가장 중시했다. 그러나 구호처럼 충북은 ‘힘있는 충북’ ‘으뜸 충북’ ‘경제특별도’가 되지 못했다. 변화를 주도하며 위상을 높이지는 못했다는 게 도민들의 중론이다.

정우택 지사는 행정가라기 보다는 정치가, 이 당선자는 행정가에 가깝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선4기 때 ‘경제특별도 충북’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우택 도지사가 당선됐을 때 도민들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컸다. 정 지사가 당시 54세로 도백의 자리에 오른 만큼 ‘젊은 충북’을 기대했던 것. 그리고 정 지사가 청주지역에 학연이나 특별한 인맥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을 쓰는데 눈치볼 일이 상대적으로 덜해 인적 청산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정 지사가 도지사로서는 처음으로 도지사직무인수위를 꾸리면서 도정 전분야에 걸쳐 분석·종합해 대안을 제시한 것도 이같은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뒤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정 지사는 도 출연기관 및 산하기관장을 임명할 때 과거의 관행인 퇴직공무원을 임명하거나 논공행상 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도 이를 답습해왔다. 현재 대부분의 출연기관장과 간부들은 도 공무원 출신들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개방직으로 돌린 복지여성국장에도 한나라당 출신 여성을 임명해 논공행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는 정 지사의 인사를 심판대에 올리고 급기야 당사자가 중도사퇴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정우택 도지사
“도정의 운영방식·비전 새로워질것”
지역의 모 인사는 “이원종 지사 시절, 지역에서 큰 소리를 쳤던 사람들이 정 지사 주변에서 맴돈 것도 인적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충북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다. 도지시가 바뀌면 충북을 움직이는 인물들도 물갈이 돼야 한다”면서 “중심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겨가는 만큼 변화를 기대해보고 싶다. 한동안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새 시대에 맞는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이시종 당선자가 이런 개혁 없이 민선4기를 답습한다면 도민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 씨는 “대표적인 예가 이 모 회장이다. 그는 선거기간 동안 내놓고 정 지사 운동을 했는데 얼렁뚱땅 넘어가면 안된다. 이 회장이 이원종-정우택 지사 시절을 거쳐 이시종 지사 시절까지 경제단체 수장으로 활동한다면 말이 되는가. 이런 것이 바로 인적청산이 안되고 있는 부분이다. 냉정하게 판단할 것은 판단하고 넘어가자”고 강조했다. 이시종 후보가 당선되자 인사가 임박한 충북도에서는 긴장 분위기가 감지된다. 도 출연기관장들과 도지사가 임면권을 가진 여러 기관장들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이시종 도지사 당선자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도정의 참여주체·운영방식·비전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도민들이 주체가 되고, 운영방식은 거버넌스 형태로 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주를 이룰 것이다. 아울러 비전은 개발·숫자·투자 위주가 아니고 복지·고용창출로 갈 가능성이 높고 또한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종 -이기용 ‘불편한 동거’ 예상
충북교육 새롭게 세우고 MB식 경쟁교육 막 내려야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곽노현 진보성향 교육감,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나근형 보수성향 교육감, 이시종 민주당 충북도지사-이기용 보수성향 교육감. 불편할 수밖에 없는 동거가 시작됐다. 올해 지방선거 때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까지 가세해 유권자들이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아직도 ‘묻지마’ 투표가 횡행하고 뽑기 번호에 따라 지지율이 들쭉날쭉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과거보다는 친밀해진 느낌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유일한 진보성향 교육감이었던데 반해 올해는 곽노현·김상곤 교육감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민병희 강원교육감 당선자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체 16명 중 6명이 진보색채를 띠고 있어 우리나라 교육도 일대 변화를 몰고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장 보수적인 교육계에 이런 사람들이 대거 입성한 것은 MB식 교육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북에서도 전교조 지부장 출신의 김병우 후보(현 교육위원)가 출마했으나 34%의 득표로 아깝게 2위에 그쳤다. 이기용 당선자는 46%, 3위인 김석현 후보는 20%의 표를 얻었다. 김병우 후보는 여론조사 때보다 선전해 예상보다 많은 표를 받았으나 고지를 탈환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선거를 통해 도민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열망은 충분히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기용 당선자도 MB식 경쟁교육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실제 충북교육은 아무런 특성없이 정부의 교육정책을 그대로 따라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곽노현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탈 권위·인권중심 교육을 부르짖어 권위주의 시대 교육을 탈피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다른 지역도 나름대로 시대에 맞는 교육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충북교육이 과거를 답습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이시종 도지사 당선자와 이기용 교육감 당선자는 무상급식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같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충돌이 예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충돌이 아니라 충북교육이 일대 혁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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