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재 사이에 두고 음성읍 · 금왕읍 민심 나뉘어
후보자들 공약 남발에 유권자들 님비주의 ‘고개’

저쪽은 누가 유리하대? 저쪽 분위기는 어때? 저쪽에선 군청 출장소 신설 공약을 했다네. 이쪽에선 뭐 없는 겨. 이러다 군청 뺏기겠네. 노인복지회관, 장애인복지회관은 저쪽에 다 있고 여긴… 그래서 실버타운 공약이 나온 겨.” “이번 선거에서 군수를 저쪽으로 뺏기면 군청도 옮겨가게 될 겨.”

음성읍 신천리에 산다는 이모씨(67)는 “금왕에 있는 노인복지 회관에서는 물리치료도 해주고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한다는 데 교통이 불편해 못가겠어. 군청이 여기 있는데 노인복지회관은 금왕까지 가야한다는 게 못마땅해” 하면서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 음성읍과 금왕읍의 갈림길인 감우재를 오가는 차량들.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나 유권자들이 무심코 쏟아내는 말들로 양 지역의 감정싸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내려와 금왕읍 무극리에서 사업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정모씨(52)는 “인허가 문제로 군청을 몇 번씩 다녀온 것도 문제인데 꼭 멀리 있는 군청까지 가야했는지 아직도 맘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대소면 오산리에 사는 주부 이모씨(37)는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은 물론 좋은 전시회 등이 많이 열려서 좋은 것 같은데 사람이 많이 사는 금왕에 있어야 되는 것 아녜요?”라고 반문하고 “아무리 잘 지어놔서 번듯하면 뭐해요. 늘 지나다니며 걸어서도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야 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불평을 늘어 놨다.

감우재를 기점으로 남북으로 찢겨진 음성군민들의 지역감정이 선거를 앞두고 심상치 않다. 각 후보들의 공약과 주민들의 얘기 속에서도 뼈있는 소리들이 섞여 나오고 있다. 공약에서는 군청출장소신설, 고등학교설립, 실버타운조성 등 시설추진과 기존의 문화예술회관, 노인복지회관, 장애인복지회관 등 이용불편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후보자들은 표심의 향배와 지역 간 온도차를 감안해 각양각색의 공약과 반응을 내 놓고 있다.
기초의원과 광역의원들은 정해진 선거구의 읍면에 대한 공약을 타 지역 눈치 보지 않고 내놓고 있는 반면 군수 후보자들은 난감해 하면서 지역을 아우르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어떻게 하든 표를 모아 당선에 이르면 된다는 속셈에 시설투자, 혐오시설 부지이전 등 예산투자의 적정성과 주민의견 수렴 등을 따져 보지도 않고 남발하는 공약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군청출장소 신설문제는 감우재 남쪽의 음성, 소이, 원남 지역주민들로서는 예민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늘지 않고 있고 감우재 북쪽만 늘고 있는 터라 출장소가 생기고 나면 차후에는 군청을 옮겨 달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냐는 목소리다.

소지역주의 버리고 광역화에 대비해야
그도 그럴 것이 군청 등 기관이 즐비하다고는 하나 밤 9시만 넘으면 대개의 상가들의 불이 꺼져 암흑처럼 변한다는 볼멘소리가 높은 마당에 군청이전 운운하는 소리가 이전 선거 때보다 더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뜻 있는 한 후보는 “음성, 금왕, 대소, 감곡 등 소 지역간의 다툼에 눈이 멀어서는 모두가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중부4군 통합에 대비한 비전이 나와야 되고 군민들도 이를 깨달아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 뜻 있는 일부 공무원들도 “정부에서 행정구역 광역화 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청주.청원이 통합되고 나면 음성·진천·괴산·증평도 중부4군 통합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음성군도 이에 대비한 군수와 의원들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군 의원을 지낸 한 지역인사는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변해야 되는데 지도자들의 안목이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주민들과 늘 대화하면서 넓게 멀리 보며 공부하는 당선자들을 배출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한 “사람들이 감우재 감우재 하는데 이번에 당선되는 군수는 특히 지역감정을 타파시킬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군수후보로 감우재 남쪽 출신으로는 민주당 박덕영, 무소속 이기동 후보가 출마했고, 북쪽으로는 한나라당 이필용, 무소속 김전호 후보가 출마했다.

한편 역대선거에서 투표율에서는 남쪽이 인구가 적지만 상대적으로 위기감에서인지 10% 안팎 높게 나오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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