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원 HCN충북방송 보도제작본부장

회사로부터 노트북 컴퓨터를 처음 지급받은 것은 1994년 겨울이었습니다. 저는 원고지로 기사를 작성하다 갑자기 노트북을 받게 되자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컴퓨터 자판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할지 앞이 캄캄했던 것입니다.

결국 양 손의 한 손가락으로 하나씩 자판을 누르면서 원고지 3매 분량의 기사를 1시간 동안 간신히 작성했습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기사를 쓰는 속도는 아주 빨라졌지만 현재까지도 저는 손가락 두 개만 사용하는 독수리 타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부 기자들은 노트북 컴퓨터로 회견 내용을 받아 적고 있지만 독수리 타법을 사용하는 저는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너무 커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라디오 방송에 근무할 때 동료 기자 중 한 명이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다며 전산실에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노트북 컴퓨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선이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해 전산실 직원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MP3가 대중화됐을 때도 일부 기자들은 그 사용법을 몰라 다른 전자제품으로 교환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저도 MP3를 전자계산기로 교환한 기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최근엔 스마트폰과 트위터가 컴맹 기자들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수리 타법으로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스마트폰과 트위터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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