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바닥 소재 임의변경 의문제기
시민들 “주변 주차장도 이용객 뜸한데…”

▲ 제천시가 청풍면 교리에 설치 중인 친환경 블록형 주차장 전경. 비싼 설치비와 잔디 관리, 안전사고의 위험 등을 감안할 때 블록형으로 바닥을 조성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천시 교리 주자창 예산낭비

제천시가 청풍면 교리에 1만 3500㎡ 규모의 환경친화형 잔디 주차장 조성 공사를 진행 중인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제천시에 따르면 오는 11월 완공되는 이 주차장은 매년 봄·가을에 각각 개최되는 벚꽃축제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람객을 위한 주차 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총 사업비 2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시설은 바닥을 아스콘으로 시공해오던 기존 주차장과는 달리 구멍 뚫린 블록을 깔고 그 사이에 잔디를 심어 미관을 극대화하는 환경친화형으로 꾸며지게 된다.

제천시 관계자는 “청풍호 일대 관광지에 대한 관광객들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빼어난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바닥을 아스콘이 아닌 잔디 매입형 블록으로 조성하게 됐다”며 “앞으로 지역 관광지에 조성되는 주차장들은 가급적 자연 경관을 고려해 친환경 시설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1년에 단 두 번, 기간으로 볼 때도 길어야 보름 정도만 이용하는 주차장을 굳이 13억여 원의 혈세를 들여가며 조성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제천시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청풍면 드라마 촬영지 주변 주차장들도 이용객이 뜸해 텅 빈 상태로 방치돼 있는 날이 태반인 상황에서 또다시 주변에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은 지나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제천시가 주차장 바닥을 아스콘으로 포장하려던 당초 계획을 황급히 수정해 잔디가 매입되는 블록형으로 변경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주민 A씨는 “개인적으로 알아본 결과 주차장 공사 입찰 당시에는 바닥을 아스콘으로 시공하도록 설계가 돼 있었지만, 공사 중간에 시가 일방적으로 블록형 시공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며 “당초 예산 9억 원만 배정된 상태에서 아스콘 시공 때보다 4억 원 이상 재료 및 시공비가 소요되는 블록형으로 변경한 대신 인건비 지출 항목에서 비용을 줄이는 조삼모사식의 셈법으로 공사비 부담을 고스란히 시공자에게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천시가 굳이 계획을 변경해가며 바닥을 블록형으로 시설하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해당 블록 제조 회사가 제천 송학면에 소재해 있어 지역 기업 제품을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블록형으로 바닥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A씨는 그러나 “블록형 바닥재의 경우 서울 등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통상 ㎡ 당 1만5000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지만 이번에 새로 조성되는 주차장 바닥재는 ㎡ 당 3만 원대에 납품된 것으로 안다”며 “1000만 원 이상의 모든 관급 공사는 공개 입찰로 시공사를 결정토록 하고 있는 현행 국가계약법의 취지에 따르더라도 이미 낙찰된 시공사에게 설계 시방과 다른 시공을 요구하고 특정 업체의 바닥재를 구매토록 유도한 행위는 공정거래를 심대히 훼손하는 시의 월권에 다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차도블록의 구멍 속에 잔디를 식재하는 친환경 블록형 주차장은 안전사고에도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제천시 화산동에 거주하는 B씨(여)는 지난달 의림지 주차장에 자가용을 주차했다가 바닥에 넘어져 찰과상을 입는 봉변을 당했다. 당시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었던 B씨가 주차장을 걸어 나오려다가 힐 부분이 블록의 패인 잔디 부위에 걸리는 바람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무릎을 다친 것이다.

B씨는 “직장 동료들과 주차장을 걷다가 순식간에 넘어져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블록형 주차장은 이용객들의 안전보다는 미관만을 생각한 시설로서 실용성이 떨어지는데도 비싼 돈을 들여가며 블록형으로 주차장을 조성하려는 시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하이힐을 신은 여성 이용객이나 유아, 노인 등의 안전을 고려해 주차장에 인도 블록을 설치하는 등 새로이 대책을 마련했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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