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권혁풍씨 ‘현직 교육감 프리미엄 이용말라’ 성명발표
지난 3월 충주서 학운위원-김천호교육감 회동가져

충북도교육감 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입후보 예정자들이 김천호 교육감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을 또다시 제기하고 나섰다. 이주원 전 도교육청 교육국장과 권혁풍 전 도교육위원은 지난 27일 공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지난 8월30일 영동지역 학교운영위원들과 김교육감이 회동한 것은 명백한 사전선거운동임에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3월말 충주에서도 충북도교육위원회 이상일 의장의 주도로 학운위원들과 김교육감의 부절절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폭로했다. 충주시 동량면 소재 5개 학교 학운위원들과 김천호교육감의 회동 경위에 대해 재정리해 본다.                            / 편집자

3월 27일 저녁 7시께 충주시 동량면 소재 W식당에 인근 중원중학교, 대미, 금가, 오석, 동량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날 모임에는 충주 출신인 도교육위원회 이상일의장이 참석했고 1시간뒤에는 20여명의 학운위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저녁 8시께 김천호교육감이 도착해 합석했고 40분 가량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이의장의 주도로 학운위원들은 돌아가며 각 학교별로 숙원사업에 대해 건의했고 김교육감은 경청하며 짤막하게 답변했다.

외견상으론 충북 교육계의 수장과 학운위원들간의 자연스런 외부만남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학운위원들이 바로 선거인단이기 때문에 만남의 형식과 과정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이날 ‘교육감과의 대화’를 주도한 이의장은 “동량면 5개 학교 학운위원들이 정례모임을 갖는데 내게도 참석 요청이 와서 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때마침 충주에 다른 일정 때문에 내려오신 김교육감한테서 전화가 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의장님 얼굴이라도 보고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기에 동량면에서 학운위원들과 만나고 있는데 이리 오시겠느냐고 권유해서 합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감 방문 ‘오비이락’ 인가
그러나 취재과정에서 이의장의 주장과 일부 참석자의 진술이 엇갈린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중원중학교 학운위원 A씨는 “동량면 학운위원들은 연초에 한번 모이고 봄가을에 배구대회 행사를 치른다. 3월말 모임은 정례모임은 아니었는데 학운위원장한테 연락을 받고 참석했다. 난 좀 늦게 도착했는데, 얘기하던 중에 갑자기 교육감님이 불쑥 나타나셔서 깜짝 놀랐다. 감히 얼굴도 뵙기 힘든 분인데, 이런 시골까지 어떻게 찾아왔을까 의아했다”고 말했다.

동량초교 학운위원 Q씨는 “그날 모임이 봄 배구대회를 앞두고 상의하는 자리로 알고 갔다. 식당에 가니까, 협의회장이 ‘오늘 교육위원회 의장, 교육감도 참석하니까 학교별로 건의사항을 말씀드리자’고 얘길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스쿨버스 교체를 건의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상일의장 해명과 엇갈린 진술
취재결과 우선 동량면 학운위원 모임이 정례모임이 아니었다는 주장이고, “모임도중 전화연락을 받아 김교육감이 참석했다”는 이의장의 주장도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오석초교 운영위원 B씨의 진술은 이의장의 주장과 아예 상반된다. B씨는 “동량면 학운위원 협의회장에게 사전연락을 받았고 김교육감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미리 교장선생님을 만나 학교에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했다. 운동장 상수도 설치가 필요하다고 하시기에 교육감에게 그렇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B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교육감과의 ‘예기치않은’ 전화통화에서 학운위원 모임에 초대하게 됐다는 이의장의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오히려 이의장의 사전기획에 따라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 하다. 집행부의 무원칙과 일탈을 견제감시해야할 교육위원회 의장이 앞장서서 학운위원과 교육감의 비공식 회동을 주선했다면 자질과 도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학운위원 건의사항 대부분 추진
이에대해 이의장은 “약속시간에 식당에 도착하니까, 협의회장만 있고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때 김교육감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에 일부 참석자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계획적으로 자리를 주선한 것이 절대 아니며, 참석자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교육감 방문 사실을 미리 얘기하지 않았고 식당앞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교육감이 방문했는데 모시고 오겠다’고 말했다. 학운위원들이 너도나도 학교민원을 얘기하길래 오히려 말리기도 했고 당시 음식값은 내가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주원·권혁풍씨의 공동성명에 따르면 이날 저녁 회동에서 대미초교는 양궁장 신설, 동량초교는 학교버스 교체, 중원중학교는 학교정문 신축 등을 요구했다는 것. 이 가운데 학교버스 교체와 학교정문 신축은 이미 완료됐고 양궁장 신설도 오는 11월 4일 준공식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동·충주 ‘벽지’ 회동 공통점
충주 회동에 대해 도교육청측은 “충주가 배드민턴 종목이 강세인 지역이고, 3월 27일 충주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만나 학교 체육관 시설 예산확보에 협조를 요청했다. 청주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일 의장과 전화통화를 했고 선거기간과 먼 시점이기 때문에 참석권유에 따라 학운위원들을 같이 만난 자리였다. 사전에 계획된 자리가 절대 아니며, 왜곡된 내용의 성명을 통해 선거분위기를 과열혼탁으로 몰고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선거법을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올해 도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에 700만원, 11개 시·군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에 300만원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임의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전임 김영세교육감때부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학교별로 학운위원회 예산이 따로 있기 때문에 학운위원장들의 연수경비 등 공적지출도 학교예산 속에서 처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받을만한 예산을 관행적으로 편성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결국 현직 교육감은 재량사업비 예산을 통해 학운위원들이 제기한 학교 현안사업을 직접 챙겨주거나 학운위원장협의회라는 모임에 예산을 지원해 ‘생색’을 낼 수 있다. 이같은 ‘현직 프리미엄’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교육감선거를 준비하는 입후보자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답게 ‘과정과 절차’에 대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도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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