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지원협의체 소각장 건설 ‘찬성’ 발표에 주민들 ‘발끈’

청주권 광역쓰레기매립장 주변 서촌·휴암지역 주민대표와 청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 20여명은 27일 오전 청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매립장 인근 7개  마을 통장으로 구성된 주민지원협의체(위원장 조관희)'가 지난 22일 발표한 소각장 유치 선언은 '주민의 뜻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민들 대다수는 소각장 유치를 반대하는 데도  주민지원협의체가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유치 발표를 했으며 시도 일방적 소각장 유치를  조장하는 등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청주권 광역쓰레기매립장 청주시 주민지원협의체(이하 주민지원협의체·위원장 조관희)’는 지난 10월초 서촌동 일부와 지동동, 석수동, 수의동, 휴암동 등 청원군 강내면 학천리와 인접한 청주지역 5개 동에 청주권 광역쓰레기소각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초 10일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내부사정으로 연기했다 무산됐다.

“전체 의견 아니다”
그러다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쓰레기소각장 유치를 희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두가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마당에 주민들이 나서 쓰레기소각장을 유치하겠다고 하니 ‘화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은 이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박모씨는 “현재 과학으로 다이옥신을 방지할 수 없고, 다이옥신의 양조차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암을 유발하는 다이옥신이 나오는 소각장을 청주관문에 설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인구가 적은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지만 요즘이 농번기라 결집력있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강서1동 통장협의회에서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건 적 있고, 강서초등학교 88동문회에서 ‘주민지원협의체 각성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건 정도다. 그러나 이 지역에 소각장 설치가 구체화된다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주민들은 소각장 유치를 추진하는 사람들이 몇 명에 불과, 전체 의견으로 볼 수 없으며 실제 시에서 소각장 설치를 추진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주민간 갈등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한 이유는 행정기관에서 이른바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시설을 설치할 때 주민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원치 않는 시설을 자치단체에서 밀어부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주민들이 모두 찬성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자신이 사는 동네가 거론되면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항의해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주민과 주민지원협의체간에는 의견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발전기금 100억원과 부대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조관희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쓰레기소각장이 단순한 혐오시설에서 나아가 지역주민들에게 복지와 환경개선, 소득증대와 지역발전을 창출하는 전략적 환경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개하기 위해 청주시에 소각장 건설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청주시는 광역쓰레기소각장을 청주권 광역일반폐기물 매립장 인근 지역으로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소각장 인근지역 도시계획을 3년 이내 재정비해서 지역발전을 촉진시킬 것을 비롯해 주민발전지원금 100억원을 2004년부터 3년 이내 지원할 것, 부대시설은 퍼블릭 골프연습장·실내외 수영장·축구장·헬스클럽·야외공연무대 등으로 하되 이에 대한 운영권은 주민지원협의체에 일괄 양도할 것 등을 들었다.

한편 청주시에 따르면 2006∼2007년에 청주광역권 폐기물매립장이 포화돼 곧 소각장 설치를 위한 부지를 매입하고 시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 시는 당초 청원군 옥산면 남촌리 오창과학산업단지 폐기물 처리시설 용지에 소각장을 건립키로 하고 진행했으나 토지 소유주와 의견이 엇갈려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시에서는 소각장 유치지역에 100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한편 부대시설을 제공하는 방안을 내걸었지만 주민지원협의체 외에는 현재 희망자가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소각장 설치와 관련 “쓰레기매립장은 가용토지가 많아야 되지만 소각장은 그렇지 않다. 광역쓰레기매립장이 5만평, 문암은 6만평인데 기껏해야 6∼7년 밖에 쓰지 못한다. 가용토지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소각장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에서도 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주환경련, 소각장 건설 반대
그러나 환경단체에서는 소각장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청주환경련은 지난 10일 주민지원협의체에서 소각장 유치를 희망한다고 발표하자 즉각 성명서를 내놓았다. 박창재 사무국장은 “지난 5월 쓰레기시민협의회가 각 지역의 환경단체와 소각장·매립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성상조사를 한 결과 재활용 가능자원이 40%, 환경선진국에서 재활용가능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 80%로 드러났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소각장과 매립장을 짓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 이런 것들은 행정편의주의의 산물일 뿐이다. 쓰레기는 감량과 재활용정책으로 가야한다. 자원순환형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각을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련은 개발이익 선호경향을 갖고 있는 광역매립장 청주시주민협의체에서 소각장을 유치하고 나섰으며 하수종말처리장과 슬러지 소각장, 그리고 음식물처리시설이 운영중이거나 건설예정지인 청주시 신대동을 시에서는 최적의 입지로 보고 선정하려 하나 이 두 지역 주민 모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입지선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인구 3만명 밖에 안되는 충남 계룡시만 하더라도 소각장 건설을 놓고 충분한 타당성 검토와 각계의 의견수렴, 토론을 거치면서 심사숙고한다. 청주시도 우리 지역에 광역소각장이 필요한지, 지금 계획한 규모가 적정한지, 감량과 재활용을 극대화하여 소각장없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결국 주민지원협의체가 소각장 유치를 희망하고 나섰지만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 주변에서는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청주시의 소각장 건설 계획은 환경단체의 의견과도 배치돼 이래저래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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