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에 이은 신종플루로 시민 불안감 고조
“지나친 위기의식보다 침착한 대응 필요”강조

제천지역에 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면서 주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제천시보건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신종플루에 감염된 확진 환자는 10여 명에 달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한창이던 8월 17일 첫 의심 환자가 보고된 이후 초등학생 2명, 중학생 1명, 고교생 3명, 대학생 3명 등이 잇따라 감염되는 등 지역사회가 신종플루 공포에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다.

신종플루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과 유럽, 미주 등 서방에 이르기까지 온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국제 전염병으로 비단 제천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두려움의 정도는 다른 지역의 그것을 크게 능가하는 분위기다.

▲ 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천에도 10여 명의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당국의 치밀한 조처와 시민들의 차분한 협조가 요구된다. 사진은 신종플루 방지대책이 전무했던 전국 9인제배구선수권대회 장면.
지역의 한 보건 의료 관계자는 “제천의 경우 지난 3월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에 감염된 20대 택시 기사의 무절제한 성생활로 온 도시가 ‘에이즈 감염 공포’에 떤 적이 있다”고 회고하며 “당시의 학습효과가 신종플루 사태와 겹쳐 지역 사회에 불안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시 보건소가 거점병원으로 지정한 제천서울병원의 경우 신종플루 감염 여부를 진단받기 위한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거점약국으로 지정된 신화당약국의 경우도 항바이러스제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의료계는 지난 3월 에이즈 파동 당시 평소의 20배 이상에 달하는 업소 종사자들이 에이즈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소와 병의원으로 몰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신종플루 확산에 따른 긴박한 대내외 상황과 맞물려 이 같은 이상 반응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이 신종플루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게 대처할 경우 대외 활동 자제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 등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차분하고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신종플루 환자들의 감염경로를 역학조사한 결과 대학생 중 한 명은 중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나머지 여덟 명은 외부적인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자로 분류됐다”면서도 “이들 확진 환자들은 격리된 공간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약받고 모두 완치가 된 상태이므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며 공포감 조성 등 지나친 과민반응을 경계했다. 시 보건소에 따르면 확진 환자 가족들도 모니터링 결과 이상 증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 보건소 관계자는 다만 “9월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대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이 개학을 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신종플루가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 한층 증가하는 시기”라며 “모든 시민들은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개인위생에 각별히 유념하고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삼가는 등 사전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등 면역력이 떨어지는 계층의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한편 시 보건소는 정부로부터 모두 7600명 분의 신종플루 치료제(타미플루)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중 즉시 투여가 가능한 기 확보분은 800여 명 분에 불과해 타미플루의 시급한 추가 확보가 요구된다.

또한 시민들이 몰리는 다중집합 장소에 대한 예방조처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지난 8월 29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전국9인제배구선수권대회에서는 열 감지기와 손 세척기 등 신종플루의 확산 방지를 위한 시설이 전혀 구비되지 않아 참가자들을 아연 실색케 했다. 전국 각지에서 1600명이 몰려든 행사에 손 세척기조차 구비하지 않은 것은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살균 손 세척기와 2대의 열 감지 카메라를 행사장에 설치하고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 신종플루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했던 국제음악영화제 때와는 달라도 한참 다른 대응이었다.

이에 대해 시 보건소는 “처음에는 단순한 소규모 행사로 알고 선수 보호를 위한 의료인력만 배치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1000명이 넘는 많은 선수와 임원 등이 방문하는 사실을 알고 체온계 등을 긴급 공수해 신종플루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했다”고 해명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차분한 협조를 이끌어 신종플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신뢰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중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장에는 반드시 방역과 예방 시설이 비치된다는 기본 상식이 지켜질 때 신뢰는 확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당국이 깊이 있게 깨달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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