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공장 이전지 결정… 청주·청원 이외 제3 지역
탄력받아 속도내는 ‘정상화 도정’

‘D-?일’. ‘그 날이 언제일지 정확히 모르지만 최악의 상황 탈출 시점이 목전에 다다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카운트다운만 남았다.’
지난 1970∼80년대 충북경제의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던 (주)대농이 5년여에 걸친 긴 법정관리의 터널 끝에서 모처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법정관리 탈출을 위해 피나는 자구노력을 벌여온 대농의 눈물겨운 ‘출애급기’가 드디어 구체적인 결실로 나타나려는 순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대농 청주공장 측은 “기존 청주공장 부지를 용도변경, 개발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로 회사의 부채를 갚는 대신에 공장을 청주 인근으로 이전한다는 ‘회사 정상화 방안’이 마침내 큰 문턱 하나를 넘게 됐다”며 “지난해 5월 개발방안 발표이후 무려 1년 반 동안 찾아 나섰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난항을 겪었던 공장이전 후보지 물색작업이 최근 들어 급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농 청주공장의 이광헌 관리부장은 “청주시와 충북도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회사 살리기에 앞장선 노동조합의 전폭적인 노력 덕분에 청주·청원은 아니지만 도내 제3의 지역에 공장이전 부지를 사실상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며 “10월 안으로 부지매입 등의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로써 (주)대농은 기사회생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발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농은 “공장 이전 지역이 어딘지는 아직 밝힐 수 없다”며 “100% 확정되기 전에 알려지면 민원발생과 땅값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초읽기 들어간 공장이전
지난해 5월 청주시는 깜짝 놀랄 발표를 했다. 대농 청주공장 부지를 상업용지 등으로 용도변경을 통해 개발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안은 당시 6000억원대가 넘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던 (주)대농이 회사정상화 차원에서 제시한 자구안으로, 청주시는 도심의 다핵화 개발과 대농의 회생을 통한 지역인력의 고용유지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이 개발안이 목적하는 것은 공장부지를 일반 상업용지 등으로 전환, 여기에서 발생하는 지가상승 등 부가가치를 부채상환에 쓰되 대농 청주공장은 청주지역내 제3의 장소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대농이 청주가 아닌 타 지역, 특히 충북이 아닌 역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 이같은 개발안은 명분을 잃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청주시의 이런 ‘조건달기’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됐다.

어쨌거나 대농이 청주시에 제출해 받아들여진 ‘대농 청주공장 부지 개발에 대한 도시계획 입안 주민제안서’는 15만 2000여 평에 달하는 부지를 용도 변경해 공동주택용지 상업용지 업무용지 주상복합용지 공공시설용지 등으로 개발한 뒤 이를 매각,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대신 대농은 전체 개발 부지의 약 50%에 달하는 공공시설용지를 공원, 녹지, 광장 등으로 개발해 시에 무상기증(기부채납)하며, 용도변경에 따른 개발이익을 취하는 대가로 공장의 역외이전 계획을 백지화, 청주 외곽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대농으로부터 무상기증 받게되는 공공시설 용지에 무역과 유통, 금융, 컨벤션 센터 등의 시설을 유치해 청주 부도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정상화 호기 맞게 돼
부동산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세부개발 계획이 확정돼야 알겠지만 대농이 15만 여평 중 50%는 청주시에 무상기증하더라도 나머지 7만 여평의 공장부지를 상업용지 등으로 용도 변경받아 개발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평당 47만원선에 이르는 대농 청주공장 부지가 준주거지 등으로 바뀌면 최고 400만∼5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경영정상화를 촉진할 기사회생의 ‘처방전’을 받아들고도 대농 측은 그동안 숱한 시행착오와 시련의 끝없는 쳇바퀴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장이전 부지를 확보하는 일이 생각보다 지난했기 때문이다.
대농은 청주를 비롯해 청원 증평 충주 등지를 수도 없이 누볐지만 끝내 조건과 상황이 맞지 않거나, 증평의 경우 근거없는 악소문에 민원발생 소지가 점증하고 땅값마저 들썩거리자 막판에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대농은 이런 모든 악조건을 딛고 끝내 제3의 장소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재 충북도 도시계획결정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대농 청주공장 부지 개발 계획안과 성사단계에 접어든 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호기를 맞고 있는 대농이 비원의 목표인 회사 정상화의 길에 올라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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