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출범 계기로 ‘근무환경 어떻길래’ 관심 끌어

청주시립예술단이 노조 출범을 계기로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노조원들은 고용안정과 근무환경 개선, 제도개혁등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노조원들 “고용불안정·열악한 처우·공공성없는 공연” 주장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지방문화예술 창달을 위해 설립된 청주시립예술단이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노동운동의 무풍지대였던 예술단은 지난해 12월 24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청주시측과 단체교섭에 들어가는 등 현재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술단 상임단원이 되면 청주시로부터 일정한 월급을 받고 안정된 자리에서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데 이들이 굳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노조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이들은 고용불안정과 열악한 처우, 공연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예술단이 안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먼저 고용불안정에 대해 모씨는 “우리가 철밥통을 갖겠다는 것이 아니고 해촉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오디션 제도를 공정하게 실시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1년에 한번씩 오디션을 치러 일정 점수에서 미달되면 해촉을 당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지휘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 단원을 내보내는 것으로 악용 되고 있다”며 오디션을 상시평가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악단원 해촉사건이 노조 출범 계기

노조설립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국악단의 단원 해촉사건이었다. 해촉 당사자인 윤순병씨와 김철기씨는 “국악단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단원 전체와 지휘자가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연습일정을 미리 공고할 것, 단무장의 월권행위를 중지시켜 줄 것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이 빌미가 돼서 오디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해촉됐다”고 분개했다. 이미 교향악단과 합창단도 단원 해촉이 문제돼 한바탕 난리를 겪은 바 있었고, 합창단원 3명은 패소하긴 했지만 행정소송까지 가기도 했다.
그 다음은 열악한 처우다. 현재 지휘자와 안무자는 공무원 5급, 부지휘자와 악장은 6급, 단무장 7급, 수석단원 8급, 단원은 9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전광수 노조위원장은 “시에서는 단원들이 급여를 문제삼으면 공무원이 아니라고 하고, 단체행동을 하려고 하면 공무원이라 안된다고 해왔다. 우리는 자녀학자금, 가족수당도 없고 월차, 보건휴가, 동·하계휴가도 없다. 고용보험과 재해보상보험도 없었으나 노조가 설립되면서 혜택을 받게 됐다”며 “같은 급수의 공무원보다 연봉이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세종문화회관은 1년에 70여일의 휴가가 주어지고 고등학교까지 자녀학비 보조를 받으며 오디션을 상시평가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공연의 공공성 확보를 못하고 있다는 부분은 시립예술단이 시민들을 위한 단체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단원들은 그동안 어떤 공연을 하는지도 모르게 따라다녔고 모든 것을 지휘자가 알아서 했으나 ‘올바른 공연문화 발전위원회’를 조직해 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씨는 이런 일련의 문제는 단체장의 독선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청주시, 사태 무마에 급급

실제 예술단내 단체장들의 독선적인 운영은 몇 차례 밖으로 터져 나온 바 있다. 지난해 안무자의 사퇴를 불러온 시립무용단 사태도 결국은 전권을 위임받은 전 안무자의 전횡이 가장 큰 문제의 핵심이었다. 시립국악단 지휘자 역시 단원들로부터 똑같은 이유로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노조원들은 시에서 단체장을 한번 임명하고 문제없으면 연임시키는 제도가 독재자를 탄생시킨다며 이것부터 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체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세 번이나 연임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청주시는 예술단원들의 노조출범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인 분위기다. 시 관계자는 청주시립예술단원들의 급여가 직할시와 광역시보다는 낮지만 일반 자치단체보다는 높다고 전제하고 “단원들은 가족수당이 없는 대신 예능수당이 있다. 공무원 9급 5년차 연봉이 1600만원인데 반해 예술단원들은 1670만원으로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은 1일 4시간밖에 근무를 하지 않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레슨으로 활용할 수 있어 근무환경이 나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청주시는 국악단원들의 해촉에 대해서도 “전문가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강건너 불구경’이고 국악단 지휘자가 오는 1월 말로 임기만료가 돼 재위촉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무용단원들이 안무자의 자질문제를 거론하며 들고 일어났을 때도 시는 사퇴서만 받고 일단락 지었다. 예술계 안팎에서는 이런 해묵은 불만들이 모여 노조가 설립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교섭테이블에서는 청주시가 사태무마에만 급급했던 태도를 버리고 진정한 예술발전을 위해 노조측과 머리를 맞대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다.


누구는 상임단원, 누구는 비상임단원?
상임화율 57.3%, 끝까지 발전 걸림돌로 작용
청주시 “4개 단체 모두 상임 운영은 무리” 주장

청주시립예술단의 운영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비상임 단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주시는 지난 95년 합창단·교향악단·무용단·국악단 등 4개 단체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시는 적은 예산 때문에 일부 단원만 상임으로 두고 출발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예술단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상임화율이 설립 당시부터 꾸준히 늘기는 했으나 현재 전단원 216명중 112명(57.3%)에 불과한 실정이고 나머지 104명은 비상임 단원이다. 마산시가 청주시처럼 상임과 비상임 단원으로 나뉘어 있을 뿐 다른 자치단체는 모두 상임으로 운영해가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태에서 4개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애초부터 무리라서 이대로 갈 경우 별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청주 재정자립도가 70.8%인데 4개를 운영하고 있고 85%인 수원시는 교향악단과 합창단 등 2개, 90%에 달하는 성남시는 합창단 1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를 보아도 청주시는 무리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전주시가 청주시처럼 4개 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가 75%에 달해 우리보다는 경제적인 여건이 훨씬 좋은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 청주시는 예술단 운영에 27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으나 전단원 상임으로 갈 경우는 5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에서 여기에 지원해주는 것은 없고 청주예술의 전당 운영비 3억원이 전부라는 것이 시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사정은 곧 공연의 질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교향악단을 2관 편성하려면 75명 정도가 필요한데 현재는 62명에 불과하고 그나마 상임단원은 34명이어서 연습부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타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 담당자는 4개 단체중 2개만 선별해 모든 단원을 상임으로 하자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으나, 이 말이 단원들에게는 ‘골치아픈 단체 1∼2개는 정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종종 악용돼 단원들도 감정이 상해있는 상태다. 단원들은 또 상임화율이 50%대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든 이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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