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희 정치경제부장

몇 년전에 체육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생겼다. 충북체육인들의 요람인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으로 현직 공무원이 겸임하게 된 것이다. 이후 전직 충북도 고위공무원들이 체육회 사무처장을 맡은 지 5년이 지났다. 지나간 얘기는 그만하고 싶지만, 체육계에서도 ‘낙하산 광풍’에 체육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세월이 꽤 흘러가고 말았다.

많은 체육인들이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절치부심이라고 할까. 운동 잘하고, 후배를 육성하고, 고향과 나라를 위해 불리한 심판판정에도 불구하고 전국과 전세계를 누렸던 충북체육인들에게 마침내 2009년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다. 사무처장으로 체육인이 다시 임명된 것이다. ‘광복’의 기쁨이라면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신임 유경철 사무처장 개인사로 볼때도 우리는 눈여겨 보고, 감동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 사무처장은 외롭고 정에 고픈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인들도 잘 모를 정도로 힘든 유년기를 보낸 그에게는 오직 축구만이 살길이었다. 청주상고, 철도청을 거치면서 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린 유 사무처장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충북체육회였다.

그렇지만 그는 여기서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인간성이 나쁘다던가, 능력이 부족하던가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배운게 없고, 그다지 훌륭한 ‘줄과 빽’이 없었기 때문에 늘 보이지 않는 장막 뒤에서 ‘소리없는 통곡’을 삼켜야 했다.

그러나 유 사무처장은 늘 현장에 있었으며, 동료와 후배, 경기단체장, 체육회 이사등 수많은 시어머니속에서도 그의 허벅지 두께만큼이나 굵게 생각하고 행동해 왔다. 문화예술인이나 체육인이나 모두 정치를 잘 모른다. 안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이나 행정관료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이런 환경에서 그가 맡게 된 사무처장직은 말그대로 체육인의 ‘별’이다. 이제 그는 새롭게 도전하고 봉사해야할 입장이 되었다. 이제는 한 때 퇴직공무원들의 ‘휴양소’처럼 여겨진 충북체육회관을, 미래를 짊어질 스포츠인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그는 개인 뿐만 아니라 충북을 대표하는 스포츠인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리고 스포츠 행정의 달인이 되어 지역에 희망을 주어야 한다. 아마추어 스포츠를 이끌 프로스포츠구단이 단 한 개도 없는 암울한 지역의 스포츠에 봄바람을 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요즘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충북체육회 이사진 구성 뒷말등 산적한 문제에 대한 해결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체육인 출신인 모 사무처장이 일과중에 골프를 쳤다가 ‘낙하산 사무처장’의 빌미를 제공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는 당시 도지사에게 ‘반성문’을 제출했었다.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도 그 과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제는 유 사무처장은 자존심과 자부심으로 뭉친 충북 스포츠가 더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고 했던가. 모처럼 충북의 체육이 제자리에 돌아온듯 싶어 주문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크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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