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충북도지사는 지난 3월26일 청원군을 순방한 자리에서 "청원군과 청주시는 장기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양 단체장과 시·군의회, 주민이 융화될 때 이뤄지는 것이니 인내를 갖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현 시점에서는 양 지자체 간 찬반의견이 있는 상태에서 지사가 개입해 결판이 난다면 개입할 수 있으나, 오히려 갈등의 불씨만 조장할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행정구역개편이 진행 중이므로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고 합니다.

정 지사께서는 통합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양 지역 간 갈등의 해소가 먼저이고, 따라서 지사가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인데, 이 말씀의 속내는 청주시에는 명분을 살려주고 청원군에는 실리를 살펴주는 고도의 계산된 수사이며, 통합논쟁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이지요.

정 지사는 또 "한나라당의 전국을 60~70개 광역으로 나누는 것은 반대한다. 정치인들의 잣대로 금을 긋듯 나눌 경우 지역의 반발과 현실성이 떨어진다. 행정구역개편이 이뤄질 경우 중앙통제가 더 강화될 것이다. 현재 완충역할을 하는 도(道)의 기능은 그대로 살리는 게 좋겠다."면서 행정구역 및 행정체제 개편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도를 없애는 방식의 행정체계 개편은 필연적으로 중앙집권을 강화하고 지방분권, 지방자치의 후퇴를 초래할 것이 너무나 자명합니다. 전면적인 행정구역 개편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켜 우리사회를 혼란에 빠트릴 것입니다. 통합이 가능한 경우는 딱 두 가지 경우라고 봅니다. 본래 하나였던 곳을 통합 복원하여 역사성, 정체성을 회복하는 경우와 지역 간 이해가 맞아떨어져 스스로 통합에 합의하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미 많이 늦어진 청주·청원을 서둘러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도의 기능이 무엇입니까. 완충 역할만이 도의 기능은 아니겠지요. 도와 시·군 간에, 시·군 상호간에 빚어지는 갈등을 도가 조정하고 해소하는 데 나서지 않겠다면 도의 기능은 뭣 땜에 살려야 하는지 여쭙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웃마을 처녀총각들은 다들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잘살고 있는데, 아직도 떠꺼머리총각 노처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청주·청원을 두고 "아직은 사랑이 무르익지 않았으니 중매를 설 수 없다"는 말씀은 애초부터 이 혼사를 성사시킬 마음이 없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중매가 무엇입니까. 양쪽을 오가며 설득하는 것인데, 사랑이 무르익은 다음이라면 새삼 중매가 무슨 의미를 갖겠습니까.

최근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원회'가 제시한 상생발전 요구가 눈길을 끕니다. 청주시가 운영하는 목련공원 화장장 사용료와 시내버스 요금을 청주시민과 똑같이 청원군민에게도 적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청원청주상생발전위원회'는 단체장들의 이해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양 지역 주민의 상생과 공동발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원군 측의 기득권을 인정하고 청주시 측의 양보와 포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청주시장·청원군수께선 이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합니다. 아니라면 도의 기능을 발휘해 도지사께서 나서야지요. "지사가 개입해 결판이 난다면 개입할 수 있으나" 지사께서 중매에 나서는데 안 될 일이 무에 있겠습니까. 술 석 잔뿐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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