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규 전 동양일보 편집국장은 현재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전일보 편집부국장을 역임한 전재규 전 국장님은 동양일보 초창기부터 오랫동안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언론계 선배입니다.

전재규 전 국장님은 저에게 까마득한 선배라는 점에서 항상 어려웠던 존재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제가 청주를 떠나 서울의 라디오방송으로 자리를 옮길 때 인사조차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저의 소식을 듣고 먼저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실 정도로 따뜻한 선배님입니다. 1990년대 중반엔 신문사의 위계질서가 엄격했고 20대 취재기자와 편집국장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기자들의 실수에 대해 너그럽게 감싸주셨고 어쩔 수 없이 질책을 할 때에도 부드러운 말투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분은 8년 전 언론계를 떠난 뒤 보은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일간지 편집국장이 초등학교 교사로 변신한 것 자체가 대단한 화제였지만 아이들 곁으로 돌아간 그 분의 모습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청주에서 우연히 전재규 전 국장님을 뵐 때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을 보고 그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전재규 전 국장님은 “아이들과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공을 찼더니 얼굴이 탔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요즘은 중앙일간지도 40대 편집국장이 수두룩할 정도로 언론계의 조로(早老)화 현상이 심각합니다.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는 전재규 전 국장님이 기자들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 않을까요? /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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