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앙일보 문창극 대기자의 칼럼 중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라는 제목이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 제목이 주는 충격 때문입니다.

중앙일보와 타 언론사의 ‘언론 전쟁’ 와중에 문 대기자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보고 나무란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습니다.

만약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보고…“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았다면 쉽게 잊혀졌을 칼럼이었지만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라는 제목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이 같이 기사의 제목은 본문보다 선명하게 독자 또는 시청자를 사로잡습니다.

아직도 ‘미다시(見出)’라는 일본어를 기억하는 기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제목 또는 헤드라인을 의미하는 ‘미다시’는 언론계에서 가장 오래 사용된 일본어일 것입니다.

중견기자는 기사를 쓸 때 항상 제목을 생각하고 제목이 나오지 않으면 기사가 되지 않거나 기사를 잘 못 쓴 것으로 판단합니다.

제가 도내 지방일간지에 근무할 당시 편집기자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1명이 3판 이상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사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제목을 뽑는 일이 많아지면서 결국 사고가 터졌습니다. 제가 송고한 보건소에 관한 기사가 내용과 정반대로 제목이 나가면서 옥천군 보건소장의 거친 항의에 곤욕을 치렀던 것입니다.

저의 입장에선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가 따로 있고 내용은 맞게 썼다고 설명해도 의사 출신인 젊은 보건소장은“편집기자에게 왜 책임을 전가하냐”며 정정보도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언론사 선배인 편집기자에게 말도 못하고 보건소장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습니다. 우리는 흔히 취재기자만 기억하고 제목을 뽑는 편집기자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편집기자가 뽑는 제목에 따라 기사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편집기자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HCN충북방송 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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