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전통의 분식점 남문로 ‘오성당’

“이왕 맛집 쓸 거면 만두, 돈가스도 써줘유” 고로케(외래어 표기 크로켓)와 쫄면을 시켜놓고 젓가락도 들지 않은 채 연신 사진을 찍어대자 비로소 눈치를 챈 홀 서빙 아줌마의 로비가 시작됐다. 그러나 매몰차게(?) 거절한 뒤 서둘러 젓가락을 들었다. 31년 전 문을 연 이 집의 메뉴가 오직 고로케와 쫄면이었던 까닭이다.

▲ 크로켓과는 속이 다른 오성당 고로케
사실 맛도 맛이지만 이렇게 추억에 잠기려 오성당(청주시 상당구 남문길 11호)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끔 이 집에 들려보면 백발이 희끗희끗한 노년의 남성이 혼자 고로케를 먹는 풍경도 지켜볼 수 있다. 원래 오성당의 위치는 현재 자리에서 두어 집 떨어진 곳에 있던 단층 주택이었다.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 1988년이니 이로부터도 20여년이 흘렀다. 

자장면이 외식의 꽃이었던 시절, 오성당은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문화의 코드였다. 자장면이 가족이 시내 나들이에 나섰다 먹는 음식이었다면 오성당의 쫄면과 고로케는 단발·까까머리의 중·고생들이 ‘끼리끼리’ 어울려 먹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벽 아무데나 낙서를 할 수 있는 것은 ‘갇힌 청춘’의 분출구였다.

▲ 고로케와 쫄면의 궁합은 천생연분
거실은 물론 방안에도 높은 식탁을 놓아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것도 신기했고, 쫄면과 고로케라는 음식 자체가 생소했던 시절이다. 주인장에게 “청주에서 쫄면의 원조가 이곳이 아니냐”고 물으니 “그런건 모르겠다. 아마도 그럴 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개업 당시의 가격이 고로케 70원, 쫄면은 350원이었다고 하니 ‘세월이 유수와도 같다’는 말이 실감났다.

오성당 고로케의 맛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단연 으뜸이다. 아니 변하지 않은 맛이 7080 세대의 혀끝에 여전히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단 유명 제과점의 크로켓과는 속부터가 다르다. 크로켓에 보통 찐 계란이나 삶은 감자 으깬 것 등이 들어가는 반면, 오성당 고로케에는 양배추와 파, 다진 고기 등이 들어가 만두소처럼 씹히는 맛이 일품이고 느끼하지도 않다. 튀긴 음식임에도 얄팍하게 씹히는 껍질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별미.

콩나물과 상추, 양배추 등 야채가 풍부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쫄면과는 궁합이 천생연분이다. 쫄면이 분식점 메뉴의 대명사가 됐지만 오성당 쫄면의 특징은 면발이 가늘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쫄면과 함께 나오는 국물에서는 멸치 맛이 진하게 느껴지고 단무지와 함께 나오는 동치미 무도 별미다.   

주인장에 따르면 요즘엔 고로케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다고. 피자나 햄버거가 청소년 문화의 새로운 코드가 되어버린 것이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 들러 ‘세대교감’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화:  255-0655)  

쫄면 3500원, 만두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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