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모충동 ‘항아리손칼국수’
청주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은 칼국수를 ‘누룽국’이라고 부른다. 밀가루 반죽을 눌러서 만든 국수라는 뜻인 듯한데 어원에 좀 더 가까운 ‘누른국’이라는 말은 보은에서 누릉지로 통한다고 한다.
칼국수의 사투리 표현이냐 어찌됐든 누릉국이라는 단어에는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구수한 칼국수의 향수가 듬뿍 묻어난다.
왠지 ‘여기 누릉국 한그릇 주세요’ 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은 칼국수 식당이 있다. 청주 모충동 ‘항아리손칼국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칼국수를 항아리에 끓여주는 식당이다.
손으로 밀어 굵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쫄깃한 게 그 때 그 맛이요, 젓가락으로 뒤적여 봐도 특별한 재료를 찾을 수 없는 것도 누릉국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절제된 양념과 소박한 맛이 어우려져 자꾸 발길을 이끄는 것을 보니 항아리손칼국수에는 값비싼 재료들이 흉내 못 낼 손 맛이 듬뿍 배어 있는 것 같다.
항아리손칼국수 맛의 비결에 대해 주인 조해운 아주머니(54)는 “특별할 게 없다. 그저 10시간 정도 숙성시킨 반죽을 그때그때 삶아 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는 밀가루와 계란, 소금 뿐이라는 것.
육수 또한 마찬가지다.
황태와 바지락, 다시마 등 해물과 약간의 채소를 넣어 끓여내는데 이 또한 육수 맛을 내기 위한 정도. 바지락이나 홍합 등을 푸짐하게 얹어 발라 먹는 재미를 제공하는 여느 해물칼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조갯살 씹는 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하지만 누릉국 본연의 구수함에 해물의 시원함까지 옛 맛을 제대로 표현한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찐만두를 따로 판매하지는 않아 아쉽지만 만두 맛에 반해 이 집을 찾는 단골들도 많다.
이 식당의 한 단골은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패 확률이 100%이기 때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항아리손칼국수, 청주시 모충동 국보제약골목 서부농협 맞은편, 전화 264-2810, 바지락칼국수 5000원, 만두칼국수 5500원, 만두전골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