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모충동 ‘항아리손칼국수’

청주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은 칼국수를 ‘누룽국’이라고 부른다. 밀가루 반죽을 눌러서 만든 국수라는 뜻인 듯한데 어원에 좀 더 가까운 ‘누른국’이라는 말은 보은에서 누릉지로 통한다고 한다.

칼국수의 사투리 표현이냐 어찌됐든 누릉국이라는 단어에는 옛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구수한 칼국수의 향수가 듬뿍 묻어난다.

왠지 ‘여기 누릉국 한그릇 주세요’ 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은 칼국수 식당이 있다. 청주 모충동 ‘항아리손칼국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칼국수를 항아리에 끓여주는 식당이다.

▲ 소박하면서 절제된 옛날 '누릉국'의 맛을 제대로 표현한 바지락칼국수.
항아리손칼국수의 맛을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절제되고 소박한 옛날 누릉국의 맛’이다.

손으로 밀어 굵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쫄깃한 게 그 때 그 맛이요, 젓가락으로 뒤적여 봐도 특별한 재료를 찾을 수 없는 것도 누릉국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절제된 양념과 소박한 맛이 어우려져 자꾸 발길을 이끄는 것을 보니 항아리손칼국수에는 값비싼 재료들이 흉내 못 낼 손 맛이 듬뿍 배어 있는 것 같다.

▲ 항아리손칼국수라는 이름 처럼 칼국수는 물론 김치도 항아리에 담아 나온다.
특별한 재료를 넣지 않았지만 식당을 나설 때에는 주인 아주머니의 후덕한 마음 만큼이나 푸짐한 양과 혀끝에서 가슴 속 깊은 곳 까지 젖어드는 육수의 참맛에 든든한 배를 두드리게 된다. 

항아리손칼국수 맛의 비결에 대해 주인 조해운 아주머니(54)는 “특별할 게 없다. 그저 10시간 정도 숙성시킨 반죽을 그때그때 삶아 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반죽에 들어가는 재료는 밀가루와 계란, 소금 뿐이라는 것.

육수 또한 마찬가지다.

황태와 바지락, 다시마 등 해물과 약간의 채소를 넣어 끓여내는데 이 또한 육수 맛을 내기 위한 정도. 바지락이나 홍합 등을 푸짐하게 얹어 발라 먹는 재미를 제공하는 여느 해물칼국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조갯살 씹는 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하지만 누릉국 본연의 구수함에 해물의 시원함까지 옛 맛을 제대로 표현한다.

▲ 만두를 함께 끓인 만두칼국수는 이 집의 또다른 비장의 무기다.
여기에 비장의 무기가 직접 빚은 만두다. 김치와 돼지고기, 갖은 양념으로 만든 소, 그리고 숙성된 반죽으로 피를 밀어 만두를 만드는데 칼국수와 함께 끓여 먹는 ‘만두칼국수’의 인기가 대단하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찐만두를 따로 판매하지는 않아 아쉽지만 만두 맛에 반해 이 집을 찾는 단골들도 많다.

이 식당의 한 단골은 “다이어트 중인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패 확률이 100%이기 때문”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항아리손칼국수, 청주시 모충동 국보제약골목 서부농협 맞은편, 전화 264-2810, 바지락칼국수 5000원, 만두칼국수 5500원, 만두전골 7000원>

▲ '항아리손칼국수' 청주 모충동 국보제약골목 서부농협 맞은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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