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맛, 옛 가격(2500원) 그대로 변함없는 집

현란한 ‘피자 쇼’만 있는 게 아니다. 청주시 개신동 전원칼국수(충북대 정문에서 개신주공 방향 100m 도로변)에 가면 아름드리 통나무를 모로 켠 7m 도마 위에서 벌어지는 ‘칼국수 쇼’를 볼 수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길이의 도마 위에 종잇장처럼 얇게 밀어놓은 밀가루 반죽이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시계처럼 축축 늘어져 있다. 어림잡아도 지름이 1.2m는 넘어 보인다. 

▲ 옛 맛, 옛 가격(3500원) 그대로인 전원칼국수


주인장 정춘자(71) 할머니의 오래된 부엌칼이 말아놓은 반죽 위에서 춤추기 시작하면 기계로 썰어낸 듯 국숫발이 만들어진다.

항아리에 나오는 전원칼국수의 국물 맛은 담백함 그 자체다. 우려낸 ‘맛국물’ 외에 그 흔한 감자나 호박, 조개 건더기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 간장과 다진 고추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먹는 옛 맛이 전부. 양념이 풍부한 배추김치와 삭은 깍두기는 주연급 조연이다. 공깃밥까지 더해서 가격은 2500원. 15년 전 문을 열었을 때 가격 그대로다. “더 받아도 남을 게 없다”는 것이 주인장의 설명이다. 물론 맛도 변함없는 옛 맛.

▲ 거대한 도마 위에 거대한 반죽

이 집의 부대메뉴인 두부부침, 군만두도 한 접시에 2000원이니 둘이 와서 부대메뉴 하나를 더 시키고 막걸리까지 걸쳐도 1만원을 내면 1000원을 거슬러 받는다. 전원칼국수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숨겨진 메뉴는 주인장의 입담이다. 나가는 손님마다 “많이 잡숫구 가는겨? 그냥도 주고 싶은데 그러면 운영이 안돼서…”를 빼놓지 않는다. 오래된 단골인 듯싶은 한 할머니는 “준 것도 다 못 먹고 가는데 뭐”라고 ‘장군 멍군’ 격으로 응수한다.

전원칼국수는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오후 9시 전에 문을 닫는다. 정 할머니가 시내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보은 회인에 있는 집으로 매일 출퇴근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15년간의 일상이다.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가 정 할머니에게 들켰다. 징벌은 52년 전 유행했다는 유행가 3곡을 내리 듣는 것이었다. 밀가루처럼 얼굴이 고운 정 할머니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국숫발처럼 늘어지게 노래를 뽑았다. 변사의 톤으로 능란하게 이어지는 창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한 토막도 들어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공짜 두부부침에 막걸리까지 얻어 마시며 현모양처로, 여장부로 살아온 할머니의 일대기를 듣다보니 어느덧 할머니의 퇴근시간. “이제 빨리 가라”는 채근에 떠밀려 쫓겨나야 했다. 끝내 기자라는 신분도 밝히지 못한 채. (전화: 271-6776)

▲ 식당 전경(충대 정문-개신주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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