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숫자 4가 유행이다. 이태호 청주상의회장이 4선에 욕심을 내면서 지역 여론을 들끓게 하더니 이 와중에 정종택 충청대학 총장에 이어 전영우 청주산단관리공단 이사장이 오늘 4선의 자리에 오른다.

만약 이태호씨가 예상대로 26일 회장에 재선된다면 17, 18, 19, 20대 4선을 기록하게 되고 전영우씨는 바로 오늘 8, 9, 10대에 이어 11대 회장 선출이 확실하다. 정종택 총장은 이미 5, 6, 7대 학장을 거쳐 얼마전에 이름이 바뀐 8대 총장까지 맡게 됐다.

최근 들어 유난히 이들 단체의 회장연임 문제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필우 충북협회장과 이태호 청주상의 회장 문제가 결정적 사달이다. 물론 조직의 구성원으로부터 신망을 받고 더불어 능력 있고 일도 잘 한다면 4선이 아니라 평생을 한다 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일부는 아니라는 데 고민이 쌓이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여론만 보면 정종택 총장이나 전영우 회장은 그동안의 업적 때문인지 소위 장기집권()에 따른 별다른 소요가 없었지만, 이태호 회장과 이필우 회장은 구성원들 사이에 반발이 크다. 이들에 대한 질타와 자기성찰이 강력히 요구되는 지금의 분위기는 당연하다. 이미 드러난 만큼의 불신만으로도 벌써 스스로 물러났어야 정상이다.

특히 이태호 회장의 경우 설령 재선이 된다 하더라도 이를 가슴에 새기지 않으면 앞으로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 이상 직업개념이 아닌, 그야말로 명예직으로서 사심없이 직무에만 충실, 조직을 화합시키고 발전시키라는 뜻이다.

4라는 숫자는 야누스처럼 철저하게 양면성을 띤다. 한국사회에서 4는 전통적으로 기피의 대상이다. 불행과 불길, 죽음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접근을 멀리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의 4층은 F(four)로 표시되기 일쑤이고 자동차 번호판을 달 때도 4가 들어 가면 괜히 꺼림칙하다.

하지만 4라는 개념은 철학적 혹은 물리적으로 숱한 좋은 뜻을 갖는다. 우선 4각형이나 4면체는 공간적·시각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안긴다. 자동차의 바퀴도 4개여야 안전하다. 한때 바퀴가 3개인 용달 자동차가 유행한 적이 있는데, 이 차는 달리다가도 툭하면 균형을 잃고 넘어져 사고를 일으켰다.

한 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로 나타나야 정상이고, 방향의 동서남북과 태극의 '건 곤 감 이'도 숫자 4가 핵심이 된다. 어디 이뿐인가. 주역은 청룡 백호 주작 현우 4신으로 상징되고 인간의 몸체는 생로병사라는 역시 4라는 숫자의 예속물에 불과하다. 야구에서 4번타자는 최고의 자리가 되며, 올림픽과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린다. 국회의원이 4선을 하면 그 다음은 대권까지 넘볼 수 있는 위상을 인정받는다.

이번에 4선을 차지한 이들이 전자가 암시하는 불행의 묵시록에 노출될지, 아니면 후자가 시사하는 행운의 궤적을 만들어갈지는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지금부터 그 결과를 예의주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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