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름재가든'의 훈제구이 정식

이 곳에 오면 기분이 좋다. 밥 한 끼 때우는 게 아니고, 좋은 사람과 천천히 담소하며 음식맛을 보고 손님들을 위해 내놓는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으므로. 서비스란 다름아닌 공예가 부부가 주는 즐거움이다. 아름다운 간판, 타일로 장식한 식탁, 반찬이 담겨 나오는 접시, 곳곳에 걸린 그림, 창가에서 봄마중 중인 작은 화분들, 장작더미가 쌓여 있는 바깥풍경 등 이런 것들이다.

수름재가든임을 알리는 작고 아름다운 간판

이 곳은 청주시 상당구 주성동 수름재 삼거리에 있는 ‘수름재가든’이다. 가마훈제구이 전문점 ‘수름재가든’ 주인 이승희·최동화씨는 청주대 공예과에서 도자기를 전공했다. 작은 인테리어 하나까지 눈에 띄는 이유는 이들이 예술가 부부라는 사실이다.

식당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부인 최동화씨는 요즘 너무 바빠 작품할 틈이 없지만, 젊은시절 이들은 청주시내 한 건물에서 ‘통한공방’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승희씨는 물론 1년에 몇 차례씩 전시회를 열어 독특한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일까. 한 상 차려놓은 음식들을 보면 색깔이 예사롭지 않다. 푸른색 채소와 나물, 노란색 계란찜, 고동색 훈제구이, 빨간색 김치 등. 아니나 다를까 최 씨는 색깔까지 맞춰 재료들을 구입한다고 했다. 최 씨는 “매일 아침 농수산물시장에서 직접 재료들을 사온다. 비슷하지만 어제 반찬과 오늘 것을 다르게 하고 색깔도 신경써서 내놓는다. 또 주말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한다”고 말했다.

오늘의 메뉴 훈제구이 정식. 예술가 부부는 색깔까지 고려해 밥상을 차렸다.

훈제구이는 흔하지 않은 음식이다. 그런데 식당을 하기 전, 도자기공예를 전공했던 남편 이승희씨는 가마를 설치해놓고 손님들에게 훈제요리를 자주 대접했다. 1주일에 5번씩 하다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쌓여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기로 한 뒤 메뉴는 훈제구이로 정해졌다. 지금은 식당 뒤편에 가마를 설치해놓고 최 씨가 직접 고기를 굽는다. 최 씨는 가마 속에서 오래 익혀야 하는 요리 특성상 새벽 5시면 식당에 나와 불을 피운다. 기름이 쭉 빠지고 훈제요리 특유의 향기가 나는데다 주인이 개발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훈제구이는 맛있다. 이 고기를 상추에 싸 먹으면 더 맛있다.

지난 12일 수름재가든에서 훈제구이 정식을 주문했다. 훈제와 함께 계란찜, 된장찌개, 샐러드, 조기구이, 상추쌈이 나왔다. 그리고 콩나물·시금치·호박나물·고추·돈나물 무침 등이 주변을 장식했다. 눈으로만 봐도 배가 불렀다. 반찬은 깔끔하고 입에 착착 붙었다. 인테리어로 커버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음식 맛이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사실 이 음식 맛이다. 제아무리 식당을 아름답게 치장해도 맛이 없으면 발길이 끊기는 법. 그런 점에서 수름재가든은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킨다.

흘러넘치듯 푸짐한 계란찜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다.

특히 이 집의 계란찜은 유명하다. 아이를 데리고 오면 이 계란찜 만으로 한 그릇 뚝딱이다. 뚝배기에 한가득 넘치는 게 얼마나 푸짐한지 모른다. 최 씨는 “매일 아침 우리와 직거래 하는 분이 신선한 계란을 공급한다. 한 그릇에 왕란 5~6개를 넣을 정도로 재료를 아끼지 않아 맛있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4월, 예술가 부부가 생활비나 벌면 좋겠다고 시작한 수름재가든은 이렇게 10여년 째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그것도 대단하게. 이 집에서 쓰는 모든 접시와 타일 식탁은 이승희씨 작품이다.

식당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그림장식들.

 

훈제구이. 가마에서 3시간 동안 구워낸다.

수름재가든 건물 전경. 봄과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위치: 청주시 상당구 주성동 293-2번지. 증평과 내수 방향 갈라지는 수름재 삼거리에서 내수쪽으로  좌회전하면 오른쪽에 바로 있다.
    *전화번호: 043-214-5959
    *메뉴: 시골밥상 7000원, 훈제정식 1만원, 훈제특정식 1만3000원(훈제구이 모듬이 나온다) 
    *기타: 주차장 넓고,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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