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지난 16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초6, 중3, 고1에 재학 중인 학생 19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를 발표했다. 충북은 ‘보통학력 이상’으로 평가된 초·중학생의 비율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이기용 충북도교육감은 다음날 ‘사과문’을 즉각 발표했다.

사과문의 내용인즉 충북이 경제특별도라는 목표 아래 활기차게 발전하고 있는 이때, 희망을 줘야 할 충북교육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것은 모두 교육감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육감으로서 감성교육에 중점을 두어 기본이 바로선 일류 충북 학생을 육성하고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왔고, 모든 교육시책이 선진적·모범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이번에 기초학력이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와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했다. 마치 전국 교육감 평가에서 꼴찌를 한듯한 심경으로 이 교육감은 구구절절 이번 사태의 유감스러운 점과 앞으로의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도교육청의 주장을 따라가보면 ‘일류 충북 학생’을 길러냈지만 ‘감성교육’에 치우쳐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 국가시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서 제대로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논리다.

또 도농지역간의 학습편차가 큰 것은 교원들의 잦은 이동으로 해당 교감·교장이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냈다.

이러한 원인분석을 통해 앞으로는 공교육에 ‘인센티브 카드’를 확실히 쓰겠다고 선언했다. 학력 제고 여부가 교원평가에 우선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제 학생 간, 학교 간, 교육청 간, 교원 간 경쟁체제에 돌입한 셈이다.

학력 신장 우수 교원이 우대받도록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중·고등학교의 학력 신장을 위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활성화 하겠으며 기초학력 미달학교 및 학력 신장 우수 학교에 대해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충북교육을 오래된 유행어를 빌어 설명하자면 “승진은 성적 잘 내는 순”이라는 것. 게다가 충북도는 고입연합고사 부활까지 겹쳐져 성적을 통한 교원들의 줄 세우기는 더욱 강화될 방침이다.

여기에 교과부의 발표는 한 술 더 뜬다. 서열화 된 공교육을 평준화시키는 전략으로, 학생간 경쟁이 아닌 학교 간 교육청 간 경쟁으로 실력을 고루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학교 간 등수가 매겨지는 게 당연하지만 여전히 평준화 간판을 내걸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니 참 아이러니다.

결국 이기용 교육감은 모든 책임을 충북지역 교사들의 근무 태만으로 돌렸다. 또 자신을 질책함으로써 충북도민에게 사죄를 했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이렇게 파장이 큰데 앞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질 때마다 얼마나 더 많은 전국의 교육감이 죄송하다는 얘기를 해야 할까.

충북은 ‘기본이 바로 선 일류 교육’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충북의 일류 교육이란 누가 문제를 더 잘 푸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그나마 유지됐던 감성(예체능)교육 및 방과 후 학교를 통한 특기적성 교육이 ‘일제고사 대비 문제집 풀이’시간으로 대치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일제고사를 반대했던 일부 교원단체 소속 교사들을 해임·파면시키는 것이 바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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