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지 않은 담백한 맛 <오리골> 청국장

청주시 문화동 구 적십자사 옆 골목에 있는 ‘오리골’은 오리 한방백숙과 훈제구이 전문점이다. 하지만 심심할만하면 터지는 조류독감 파동에 대체 메뉴로 등장한 청국장이 어엿한 점심식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 콩알이 씹히는 것이 오리골 청국장의 특징

오리골 청국장의 특징은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려가며 으깬 것이 아니라 콩알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집 주인 내외가 직접 띄운 것이다. 볕이 좋은 날 오리골 마당 들마루에다 청국장 콩을 널어 말리는 것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바깥주인 박수훈씨는 “우리가 직접 띄워야지 어느 세월에 사러 다니냐”며 “식당 메뉴로 개발한 음식이 아니라 집에서 만들어 먹던 그 맛”임을 강조했다.

1인분을 시켜도 2,3인분으로도 넉넉한 양이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우리나라 장류는 발효식품 임에도 염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이 집 청국장은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짠 맛이 덜하다. 우묵한 그릇에 밥을 푼 뒤 국자로 떠서 말아먹어도 괜찮을 정도. 국물도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탁하지 않다. 대신 매운 고추를 썰어 넣어 톡 쏘는 맛이 있다.   

▲ 정갈한 장맛만큼이나 반찬도 정갈하다

반찬도 청국장 맛만큼이나 정갈하다. 기본 나물 서너 가지에 봄동 겉절이, 포기채로 담은 김치가 따라 나온다. 구운 꽁치도 자주 나오는 단골 메뉴다.

오리골의 음식맛을 더해주는 것은 이 집 전체에 풍기는 예향(藝香)이다. 주인장 박씨는 한때 전업 서예작가였다. 그가 음식점 운영으로 전향한 것은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였다. “배도 고프고 자식도 가르쳐야했기에 1998년부터 청주시 모충동에서 삼겹살집을 시작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 눈맛이 좋으면 입맛도 두배

현관 앞에 걸려있는 주인장 부부의 문패를 시작으로 창고면 창고, 화장실까지 문이 있는 곳에는 모두 예서풍으로 쓴 편액들이 걸려있다. 심지어는 메뉴판을 의미하는 ‘차림새’, ‘커피는 셀프’라는 문구까지도 작품 수준이다. 방마다 걸려있는 액자나 서각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오리골 대표 박씨의 작품이다.

점심은 오전 11시반 전후에 좌석 예약이 끝나기 일쑤니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저녁에는 이 집의 대표메뉴인 오리요리에 소주 한잔 기울여 보는 것도 좋다.

청국장 6000원, 오리백숙-훈제는 4만3000원.

(전화: 222-0052)

 

▲ 인테리어가 아니다. 주인장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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