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지 않은 담백한 맛 <오리골> 청국장
청주시 문화동 구 적십자사 옆 골목에 있는 ‘오리골’은 오리 한방백숙과 훈제구이 전문점이다. 하지만 심심할만하면 터지는 조류독감 파동에 대체 메뉴로 등장한 청국장이 어엿한 점심식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리골 청국장의 특징은 소금과 고춧가루를 뿌려가며 으깬 것이 아니라 콩알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집 주인 내외가 직접 띄운 것이다. 볕이 좋은 날 오리골 마당 들마루에다 청국장 콩을 널어 말리는 것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바깥주인 박수훈씨는 “우리가 직접 띄워야지 어느 세월에 사러 다니냐”며 “식당 메뉴로 개발한 음식이 아니라 집에서 만들어 먹던 그 맛”임을 강조했다.
1인분을 시켜도 2,3인분으로도 넉넉한 양이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온다. 우리나라 장류는 발효식품 임에도 염분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이 집 청국장은 심심하다 싶을 정도로 짠 맛이 덜하다. 우묵한 그릇에 밥을 푼 뒤 국자로 떠서 말아먹어도 괜찮을 정도. 국물도 고춧가루를 넣지 않아 탁하지 않다. 대신 매운 고추를 썰어 넣어 톡 쏘는 맛이 있다.
반찬도 청국장 맛만큼이나 정갈하다. 기본 나물 서너 가지에 봄동 겉절이, 포기채로 담은 김치가 따라 나온다. 구운 꽁치도 자주 나오는 단골 메뉴다.
오리골의 음식맛을 더해주는 것은 이 집 전체에 풍기는 예향(藝香)이다. 주인장 박씨는 한때 전업 서예작가였다. 그가 음식점 운영으로 전향한 것은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였다. “배도 고프고 자식도 가르쳐야했기에 1998년부터 청주시 모충동에서 삼겹살집을 시작했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현관 앞에 걸려있는 주인장 부부의 문패를 시작으로 창고면 창고, 화장실까지 문이 있는 곳에는 모두 예서풍으로 쓴 편액들이 걸려있다. 심지어는 메뉴판을 의미하는 ‘차림새’, ‘커피는 셀프’라는 문구까지도 작품 수준이다. 방마다 걸려있는 액자나 서각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모든 것이 오리골 대표 박씨의 작품이다.
점심은 오전 11시반 전후에 좌석 예약이 끝나기 일쑤니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저녁에는 이 집의 대표메뉴인 오리요리에 소주 한잔 기울여 보는 것도 좋다.
청국장 6000원, 오리백숙-훈제는 4만3000원.
(전화: 222-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