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태 재 2003청주직지축제추진위원회 부위원장 겸 집행위원장

 1977년 미국 타임사가 발행하는 ‘라이프’지에서는 밀레니엄 특집호를 내면서 지난 천년 세계를 움직인 100대 사건을 선정했는데,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해 성경을 인쇄한 사실을 1위로 꼽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독일보다 훨씬 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고, 특히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한 실물, 즉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찍어 낸 직지(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가 있다. 그러면 왜 흥덕사의 직지가 아닌 구텐베르크의 성경인가? 서구의 경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없었다면 문예부흥과 종교개혁, 산업혁명 그리고 시민혁명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금속활자를 발명한 목적과 쓰임새가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최고라는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정신적 가치, 과학기술혁신의 가치, 정보의 공유·확산 커뮤니케이션 가치 그리고 책을 필요로 한 우리 민족의 우수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다. 늦게나마 존재가 알려지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다만 아직은 국내외적으로 직지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만들어 낸 청주에 대해서도 많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직지의 가치와 청주가 쌓아온 교육도시로서의 이미지를 연계 활용하여 직지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이를 만들어낸 문화도시 청주를 세계적인 도시로 발전시켜 나아가는 전략, ‘직지의 세계화 전략’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화 전략은 단지 직지와 청주를 외부에 알리는 홍보전략 뿐만 아니라 직지가 가지는 가치와 청주의 역량을 내부로 구조화하는데서 출발하며, 이것이 청주의 도시정체성으로 형성되고 그로부터 진정한 세계화를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1년여 청주시가 수립한 직지의 세계화 전략은 청주의 도시 정체성을 구현하는 문화프로젝트전략, 이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타지역과 교류를 촉진하는 홍보·커뮤니케이션전략 그리고 세계화의 성과가 지역경제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연계전략으로 짜여졌다. 이는 직지가 갖는 가치를 정립 활용, 청주를 세계에 알리는 도시 마케팅적인 접근을 원용하여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한 것이며, 이 전략의 중심에 ‘학습도시(learning city)의 구현’이 자리하고 있다. ‘청주직지축제’는 홍보·커뮤니케이션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직지축제는 각계 시민대표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에서 시민 스스로가 준비하고 직접 참여하는 축제, 오감을 통해 체험하는 축제,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하는 축제, 청주와 직지라는 독창성이 있는 축제로 차별화를 꾀했다.
“돋움에서 펼침으로”를 주제로 하여 날마다 테마가 있는 야간행사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는 축제기간중의 주간날씨(더위)도 고려했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시민 학생들이 가족·친지·직장·마을단위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일과후의 저녁시간대에 하이라이트를 맞추도록 한 것이다. 주간에는 갖가지 체험행사 위주로 하되 역시 날마다 특징 있는 행사를 안배했다. 모든 행사 아이템은 당연히 직지의 홍보·커뮤니케이션과 학습도시 구현에 맞춰졌음은 물론이며 산업연계 또한 고려했다.

직지축제 1차년도에 모든 것을 다 이뤄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직지축제의 기본틀은 갖추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속적인 성장 발전인데, 얼마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차려진 밥상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함께 앉아 시식을 해보아야 평가도 하고 개선도 할 것이 아니겠는가.

비록 준비기간과 예산이 빠듯하기는 했지만 천년고도 청주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 발전해 나아가야 할 ‘청주직지축제’는 오로지 시민 스스로의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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