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옥균 정치경제부 기자

대형유통사들의 대형슈퍼마켓 진출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대형유통사들은 포화된 시장상황과 규제 등으로 추가 출점이 어려워지자 대형슈퍼마켓을 통해 시장성이 있는 골목길 상권을 장악해 성장을 계속해나가겠다는 것이 대형유통사의 계획이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슈퍼마켓 3곳을 시작으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슈퍼 2곳이 문을 연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삼성테스코도 대형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해 지난 3개월 동안 금천동, 수곡동, 성화동 3곳에 대형슈퍼마켓을 열었다.

이런 추세라면 동네슈퍼마켓이 사라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소비자로서는 업체간의 경쟁으로 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으니 마냥 나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형유통사의 동네상권 진출은 단순히 싼값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대형슈퍼마켓 진출은 동네슈퍼는 물론 동네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문구점, 정육점, 과일가게 등을 파괴한다. 동네상권이 무너지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해당 점포는 물론 이들에게 물건을 납품하는 소규모 도매상이나 대리점도 설자리를 잃어가고 결국 지역 유통업계 전반에 위기가 찾아온다. 이는 지역경제의 피폐로 이어지고 지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등 관련 단체들은 대형유통사들의 동네상권 진출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입점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동네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대형슈퍼마켓과 경쟁하기 위해 오늘을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닌 약육강식의 냉엄한 전쟁터에서 소상공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이대로 나두면 끝이 뻔한 싸움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형유통사들이 자신의 배만 채우기 위해 경제논리를 바탕으로 힘없는 소상공인들을 사지로 모는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대형유통사들로부터 이같은 배려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충북경실련이 보도자료를 통해 타 지역 사례를 들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눈여겨볼만한 사례들이 있다. 부산의 경우 재래시장 상인과 소상공인들, 그리고 시민단체와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삼성테스코의 대형슈퍼마켓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출점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지역 내 출점 계획을 축소하기도 했다.

또한 인근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의 주력 상품과 중복되는 상품의 판매를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기도 했다. 대전의 경우에는 지난달 13일 대형슈퍼마켓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식품 잡화 제과 생활용품 청과 도매업 등에 종사하는 소상공인 5000여명이 대전지역유통협의회를 출범시킨 예도 있다. 이 같은 적극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재래시장과 골목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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