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로 충북급식관리협회장

 권영로 충북급식관리협회장은 인터뷰 내내 “학교급식 현장을 직접 찾아보고 몸소 음식을 먹어 본 후에 비판하라”고 몇번이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위탁급식업체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같아 어느땐 억울한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예산의 전액을 지원하고 영양사 등 전문인력의 채용, 관리까지 책임진다면 당연히 직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에서 직영화는 엄청난 소용돌이를 수반하게 된다. 당장 전국적으로 민간 업체의 2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물거품이 될 뿐만 아니라 급식에 종사하는 30여만명의 생계 역시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물론 급식을 직영화해도 이들 필수 조리 종사원들은 현장에 남을 수 있겠지만 단위 학교별 최소 경비와 최소 인력을 고수해야 할 학교장의 입장에선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자원봉사로 학부모의 인력 부담만 늘어날지도 모른다. 직영급식을 하게 되면 학교당 영양사와 조리사 등 10~20여명의 인원이 필요한데 현재 위탁중인 전국 2000여 학교를 직영으로 전환하면 약 3만여명의 준공무원이 소요되고 이로 인한 비용증가로 급식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급식의 20%를 위탁이 차지하고 있는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직영을 할 경우 급식의 전문성은 당연히 떨어지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 간다.”

권회장이 특히 답답해 하는 것은 위탁급식에 대한 편견이다. “물론 과거에는 더러 문제가 발생했다. 간혹 학교와 업체간의 유착관계로 뇌물사건도 빚어졌고, 저질재료 시비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학교 행정이 그만큼 투명해졌고 감시, 견제장치도 활성화됐다. 위탁업체들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문화됐다. 직영을 주장하는 사람들한테 분명히 말한다. 위탁급식학교를 사전연락없이 불시에 방문해서 모든 걸 확인해 봐라. 만약 급식의 질이나 위생상태에 인위적인 문제가 있다면 당장 책임지겠다. 수도권의 집단식중독 사태는 분명 문제였다. 그러나 이를 기화로 위탁급식의 모든 것을 매도하려는 지금의 마녀사냥식 여론화는 문제가 많다. 지금의 분위기는 식중독이라는 돌발적인 사건을 국회가 문제삼으니까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언제든지 급식현장을 방문해라. 위탁급식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고 문제를 제기했으면 한다. 우리는 언제든지 응하겠다.”

권회장은 “학생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칠 업체는 추호도 없다”고 단정하며 학부모의 관심을 촉구했다. “급식문제에 가장 객관적인 의견을 낼 사람들은 바로 학부모다. 지금처럼 특정 단체가 여론을 주도할 게 아니라 학부모가 나서야 한다. 만약 급식업체가 수익만을 고려하며 저질급식을 시행한다면 바로 학부모가 알아서 응징해라. 이래야 옳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음모설과 관련, 권회장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의혹은 간다. 앞으로 공개적 논의가 진행되면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학교급식의 직영화와 우리농산물 사용을 명시화하는 조례제정 움직임에 대해 당국에선 WTO 협정을 들어 통상마찰을 우려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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