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튀 응업 충북대 국문과 대학원생

▲ 부티튀 응업
얼마 전에 첫 아이를 낳은 나는 참 기쁘고 행복하다. 아이가 생김으로서 이주여성인 나와 한국의 정은 더 깊어지고, 이제 한국은 나한테 진정한 제2의 고향이 되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남편이 동사무소에서 금방 떼어 온 아기 출생신고 확인용 등본을 설레는 마음으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등본에는 우리 식구 모두의 이름과 인적사항이 적혀 있는데 아기 엄마인 내 이름과 인적사항은 없다. 나한테 빨리 보여주려고 급하게 등본을 가져 온 남편한테 인상을 쓰면서 높은 톤으로 물어봤다. “아니, 왜 내 이름이 안 올라와 있어? 난 엄만데…”

그러자 남편은 의아해하면서 “아마 외국인이라서 이름 안 올려 줬나 보다. 당신은 아직 주민번호가 없으니까” 했다. 그 말에 나는 기분이 매우 나빴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외국인이라고, 주민번호가 없다고 내가 낳은 내 아이 출생신고 확인용 등본에 내 이름을 올려 줄 수 없다니, 정말 화가 난다. 누가 그 등본을 보면 우리 아이는 엄마가 없는 줄 알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 순간 한국으로 시집 온지 십여년 된 한 언니가 떠올랐다. 그 언니도 결혼이민자인데 나보다 한국에서 훨씬 오래 살았다. 그 언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딸이 어느 날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넌 엄마 없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것도 매우 안쓰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면서 했다는 것이다.
딸은 황당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서 마음을 진정하고 엄마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등본에 엄마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언니가 강의 때문에 계속 바빠 딸한테 학교에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아뿔사 그 서류에 엄마 이름이 없었던 것.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오해한 것이다.

언니는 웃으면서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해줬지만 난 안다. 실제는 언니가 웃는 게 아니라는 것을…그리고 아이를 낳아 보니까 그때 언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딸한테 얼마나 미안하고 엄마의 존재를 알려 줄 수 없는 언니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는지 난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더 분하다.

등본 맨 밑에라도 모(母)의 이름과 인적사항을 적어주되 주석으로 외국인이라고 해주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종이 한 장에 작게라도 한 줄 더 달아주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안 받을 것 같은데 모르고들 계신건가? 담당자들이 이주여성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으니 이런 배려들이 나오지 않는가 보다. 그래서 나는 이 기회에 이런 정책을 실시할 것을 적극 주장한다.

물론 요즘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괜찮고 좋은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배려를 받게 되면 아마 대한민국에 있는 나와 같은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족들은 정말로 고마워하고 감사하면서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멀리 보자면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족인 우리가 한국에서 생활을 잘 하면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한 구성원으로서 한국사회 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항상 한국을 사랑한다. 또 한국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싶다. 사랑은 쌍방으로 인하여 이뤄진다고 한다. 일방적인 사랑은 이뤄지지 않기 마련인데, 한국에 대한 나의 사랑이 제발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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