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한 충청대학 홍보실

새해가 되면 ‘희망찬’이란 말과 함께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새해에 상대편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나 인사를 덕담(德談)이라 합니다. 친구 간, 부모 자식간, 연인 간, 선후배간, 직장 동료 간 모두 복(福)을 기원하며 덕담을 건넵니다. 덕담을 주고받고서야 새해가 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도 새해 인사가 가능해졌습니다. 핸드폰이 있는 사람들은 핸드폰으로, 컴퓨터가 옆에 있으면 컴퓨터로 덕담을 전합니다. 삐릭 날아오는 핸드폰 문자가 ‘정(情)’이 부족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멋도 있습니다. 문자 확인하고 지우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돼 귀찮기도 하겠지만 희한한(?) 특수문자를 활용해 보내온 메시지를 보며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새해에 어떤 덕담 주고 받으셨나요.
‘복(福)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올 새해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부~자 되세요.’ 저도 못했지만 어느 누구도 저에게 감히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 흔한 핸드폰 문자로도 받아보지를 못했습니다.

한때 방송광고 카피로 혜성같이 나타나 새해인사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부~자 되세요.’가 올해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모두가 부자 되는 게 소망인데 올 새해에는 어느 누구도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입에 담지 못했습니다. 부동산의 자산가치가 줄고 펀드가 반 토막이 된 사람들에게 감히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할 엄두를 못 낸 것이지요. 경기불황이 우리의 덕담도 바꾼 것입니다.

지난 해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경기침제 늪에 빠졌습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경험했던 우리나라는 또 한번 황망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연일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경기전망은 암울하기만 합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몇 일전 플러스 성장을 자신하던 정부가 세계 경제의 침체가 생각보다 깊다며 슬그머니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망을 바꾸고 기업들도 너나할 것 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의 IMF 구제금융 사태를 옛 일로 추억하며 살아갈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IMF 때보다 더한 세계 실물경제 침체의 망령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1997년의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희망과 긍정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자며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내가 아닌 우리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난해는 참 힘든 한해였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세계 실물경제의 침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올 한해가 지난해보다도 더 힘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IMF 때보다도 더 힘들다고들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지난 1997년 대한민국을 믿었듯이 이번에도 우리의 잠재력에 희망을 갖고 긍정의 사고만 잃지 않는다면 이번 어려움도 반드시, 그리고 빨리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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