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흥한 이명박 대통령은 물로 망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갖가지 의혹에 휩싸여 있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청계천 복원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청계는 말 그대로 맑고 아름다운 물이라는 뜻이다. 인왕산에서 발원하여 서울 시내를 흐르는 청계(淸溪)는 조선후기까지 깨끗한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개천이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깨끗한 모양이 훼손되었고 근대화의 과정에서 그 모습까지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명박 서울시장은 흉물스러운 시멘트 구조물들을 걷어내고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잘못된 근대화의 오류를 바로잡았다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물사업에 성공한 이명박 후보는 경부대운하와 호남대운하 등을 공약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그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 각종 정책도 입안했다.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주춤하다가 내놓은 것이 바로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정책이다. 성장과 발전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 학습받은 현대(現代)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뇌리에는 '하면 된다'라는 박정희식 개발독재성향이 잠재되어 있다.

그리하여 경부고속도로의 타자로서 경부운하를 배치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개발과 이명박식의 성장을 양립(兩立)시켰으며 조선과의 긴장을 통하여 자신의 지도력을 강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봉건전제군주처럼, 시혜를 베풀겠다는 듯이 경상 전라 충청을 모두 아우르는 물사업을 해 보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이 국가 정책에 대해서 필자는 비판을 할 만한 능력이 없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물사업을 둘러싸고 충북에서 다소간의 이견이 있다는 진단과 분석이다. 이 물사업에 대해서 정우택 지사, 김호복 시장 등은 찬성을 표명한 바 있고 또 찬성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나름대로 찬성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현상은 '싸우자는 염우와 신중하자는 박일선'이다.

염우 충북청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당장 싸우자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것이 토목개발형태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예측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투쟁을 피할 수 없으리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박일선 충주환경운동연합대표는 '신중'이라는 유보적 표현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간단히 말해서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신중'이 박일선 개인의 결정인가.

아니다. 물론 이 신중은 환경운동가 박일선의 자유의지와 신념이 지시한 스스로의 결정이지만 사실 그것은 충주라는 역사가 지시한 것이다. 이것은 과거 충북의 수부(首部) 도시였던 충주가 개발과 성장에서 다른 지역보다 뒤떨어졌고, 정치나 경제도 청주에 비해서 열악하다는 상대성 이론이 작용한 결과다. 성장하지 않으면 패배한다는 이 해괴한 이론의 주인은 바로, 자본주의다.

자본은 북극의 빙하를 녹여 버리고 티베트의 고원까지도 상품으로 만들며 지순한 사랑도 돈으로 환산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체제하의 모든 인간은 필연적으로 정신분열증세를 보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충주는 박일선이라는 인물의 발화를 통하여, 반대가 아닌 '신중'을 표명했다. 신중은 일단 용인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대운하가 아니고 또 환경을 극단적으로 파괴하지만 않는다면 4대강 정비사업을 승인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서 박일선을 탓할 수는 없다. 염우 충북청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충주에서 산다고 하면, 염우처장 역시 '신중' 이상의 발화를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충주시민들의 입장을 이해는 하되, 본질을 파지하는 염력(念力)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현대 환경생태학에서는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강을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로 보고, 인간에 의해서 변형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판에 토목건설로 경기가 부흥된다는 근대초기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로 망할 상황에 이르러야 물의 꿈에서 깰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