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우리 청주시민들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한 여름 실내체육관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충청리뷰 창사10주년기념 모스코 온 아이스발레단 초청공연은 일상에 찌든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연장을 찾은 2만여 시민들의 일이기는 했지만 4일 동안 9차례의 열띤 공연은 청주시민들에게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최상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세계 3대 아이스 쇼 중의 하나인 ‘모스코 온 아이스발레단’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빙상예술단입니다. 1957년 구 소련치하에서 창립된 이 발레단은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시범공연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유명해졌고 매년 전 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매스컴들로부터 극찬을 받고있습니다.

이들은 세계정상급 연기자들답게 공연시간 내내 관객들을 사로잡습니다. 아름다운 미소와 화려한 의상, 원숙한 연기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찔한 묘기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 하게 합니다.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연기자들에 화답하며 장내를 뜨겁게 달굽니다. 1시간 40분 동안 계속되는 환상적인 공연은 “아, 이것이 예술이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무리 칭찬을 한다해도 넘치지 않는 것이 공연을 본 이들의 소감입니다.
우리는 이번 공연을 통해 찬란한 러시아 문화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유구한 역사 속에 연면히 이어져오는 슬라브족의 전통이 그저 아름다웠습니다. 또 전 연기자가 한사람, 한사람이 혼을 불사르듯 혼신을 다 하는 모습은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주는 듯 했습니다.

이번 충청리뷰의 모스코 온 아이스 발레단 초청공연은 서울에만 집중된 고급문화를 지역에서도 접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열악한 지역 문화시장에서 이런 대형행사를 유치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용기가 필요했던 모험이었습니다.

그것은 오직 지역문화 향상에 대한 충청리뷰의 열망과 지난 10년 동안 언론의 사명을 위해 기울여 온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오로지 충청리뷰를 사랑해주는 독자들의 성원 때문이었음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양승길사건’으로 요즘 청주사람들, 마음고생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잖아도 불미한 사건이 심심찮게 터져 낯이 뜨거운 판에 추악한 뉴스의 진원지가 되어 1개월 가까이 날마다 전국의 시선을 끌어 모으니 청주사람 치고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이가 없을듯합니다.

‘덕분’에 객지에 나가 사는 청주사람들, 낯뜨거운 인사를 받느라 고역이라고들 합니다. 필자 역시 지난주 서울에 갔다가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요즘, 청주가 뜹디다”라는 게 공통적인 인사말이었습니다. 언중유골(言中有骨)의 비아냥이 분명했습니다.

일어탁수(一魚濁水)요, 미꾸라지 몇 마리가 개천을 흐려놓은 꼴이지만 청주의 이미지가 더렵혀진 것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역을 이끄는 지도층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언필칭 유지 입네 하는 이들이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남 탓하기, 남 흉보기나 일삼으며 냉소해 온 결과가 오늘 이런 상황을 불러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뜻 있는 이들이 나서야 되리라 봅니다. 지식인들, 의식 있는 시민들, 시민단체들이 함께 나서서 주인의식으로 지역사회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냉소(冷笑)가 능사(能事)는 아닙니다. 지역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뒷전에서 팔짱끼고 구경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정화하는 운동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엑스포도 좋고 전철역 유치도 좋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도 있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살기 좋은 고장은 그냥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발을 딛고 사는 모든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데 달려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하겠습니다. 청주…,아름다운 그 이름, 청주의 명예를 다시 찾는 일이 시급합니다.
                                                                                   /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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