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종 전 충북지사께서는 여러가지 면에서 훌륭한 분이었다. 공무원이나 정치가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인품에서도 뛰어났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에서는 이원종 지사께 강렬한 비난과 심각한 비판을 퍼부은 적이 있다.

이원종 지사 체제의 충청북도가 문화예술분야에서만은 낙후와 답습을 거듭하는 구시대적 통치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또 구태의연하고 무사안일하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충청북도 문예진흥위원을 사퇴하면서 다음과 같은 성명서까지 발표한 바 있다.

'충청북도는 진정 개혁과 진보의 의지가 있는지 반성해 볼 것을 권한다.

역사는 변하고 있다. 구태의연하고 무사안일한 도정(道政)으로 어떻게 세계체제(world system)의 21세기를 헤쳐 나갈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원종 충북지사께서는 관계 인물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판단력을 잃지 말고 진정으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운명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태도로 도정에 임해 줄 것을 청한다. 우리는 도지사가 전문경영인이나 봉건시대의 목민관(牧民官)이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퇴임 후에도 충북에서 살면서 자신의 뼈를 충북에 묻고 자신의 자녀들도 충북에서 살게 하겠다는 의지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도정에 임하라.'

이 성명서는 언론에도 보도되었고 또 이것을 지지하는 전국적인 성명서도 발표되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훗날 듣기를 이원종 지사께서는 이 성명서를 보고서 대경실색(大驚失色)을 했다고 한다. 이원종 지사께 죄송했다는 말씀을 정중하게 드린다.

한편 당시의 담당 계위였던 곽연창, 박대현, 전태익, 윤양한, 김춘호 그리고 여러분들께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것을 청한다. 이 비난과 비판은 충북도청이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후순위 행정, 답습행정, 안일행정을 한다는 것이었고 그 일차적인 원인은 결정권자인 지사께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라는 무척이나 강경한 입장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지는 않았겠고 공무원들 또한 국가와 지역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므로 민관이 같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로부터 5년 후인 2008년, 정우택 지사께서는 문화선진도 정책을 발표했다. 일언이폐지하겠거니와 일단 문화예술계는 기본 방향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진보와 개혁의 의지가 담겼다는 점에서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문화선진도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그 비판도 소중하고 또 옳다.

하지만 이번 문화선진도는 최소한 문화예술을 행정과 정책의 후순위로 두지 않겠다는 것이므로 비판을 할 수는 있으나 지지는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문화선진도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던 박대현 국장께서 일선 행정에서 떠난 것이다. 능력과 경험을 살리는 다른 일을 할 것으로 기대는 하지만, 문화선진도를 생각하면 난감한 일이다.

이 중책의 담당책임자로 곽임근 국장께서 부임했다. 대통령실, 행자부, 총무처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또 모든 행정에 두루 박식한 신임 국장께 환영과 기대를 동시에 드린다. 새로 부임한 곽국장께서 해당 부서의 다른 일도 잘하면서 문화선진도 역시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을 청한다. 무엇보다도 항간의 비판처럼 공허한 정책 나열과 표면적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의 정신, 문화의 깊이, 문화의 원리, 문화의 구조가 없다면 정치 경제 산업은 물론이고 교육 환경 행정 역시 구습(舊習)을 탈각할 수 없다. 신임 곽국장께서는 문화를 행정으로 보지 말고 행정을 문화로 보시기 바란다. 창조충북(Creative Chungbuk)의 창조적 환경을 만들어 경제와 문화를 통섭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만 충북의 찬란한 미래가 열릴 것이다. 충북문화사에 박대현 곽임근 시절의 충북문화예술정책이 대단했다고 기록되기를 기대하고 그 시절의 공무원들께서도 훌륭했다고 기억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