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에 입사해, 지난해 10월까지 28년을 국내 굴지의 통신대기업에 근무했던 한 여성노동자는 회사의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에 의해 파면당하고 난 뒤,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회사가 전신주에 올라가라고 시키면 팔에 깁스를 하고 올라가야 했습니다. 석 달 이상 밤 11시까지 교육을 받으라고 하면 거의 매일 임금도 받지 못하고 했습니다. 한겨울 영하의 추위에 맨손으로 차량 오일을 검사하고 체인을 감으라고 하면 감아야 했습니다. 국기게양기에 작업 자세를 취하고 매달려 있으라고 해도, 각종 회의에서 배제되어도, 경위서(확인서) 잘못 썼다며 수도 없이 반성문을 쓰라고 해도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일하다 넘어져 갈비뼈를 다쳐도, 손목염증이 악화되어 깁스를 해도, 응급실에 실려 가도 회사의 꾀병 같다는 말에 산재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한 손으로 일하면 된다며 쉴 생각일랑 말고 출근해서 일하라 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연차휴가를 사용하려면 구걸을 해야 했습니다. 토요휴무일 회사는 강제근로를 강요하였고 집안의 대소사로 인해 거절하였더니 저에게 대체자의 인건비를 줘야 한다며 10만원을 가져갔습니다. "××년"이란 소리까지 들어가며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노예같이 일했습니다."

그 여성노동자가 소속되어 있는 노동조합의 지부장은 그녀가 제출한 '부당해고구제신청서'에 대한 회사측의 답변서에, 아래와 같은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본인은 노동조합 지부장으로서 그동안 ※※※ 조합원에 대해서 몇차례 노동조합에 고충사항이 접수되어 확인해 본 결과 개인 이기심이 강하고 회사 관리자나 직원들에게 비방과 불성실한 태도로 직원간 융합을 못하는 직원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주변과 잦은 마찰을 일으켜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사소한 일로도 노동조합 중앙본부로 투서와 항의 전화를 자주하여 중본에서 직접 와서 확인해보고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직원이라 하면서 되돌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이하 생략".

그녀가 다녔던 회사는 '부진인력관리프로그램'이란 퇴출프로그램의 존재를 전적으로 부정한다. 마찬가지로 이 회사 노동조합도 이 퇴출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정한다. 반면, 우리지역의 한 시사방송 프로그램팀들은 이 회사에서 퇴직한 간부급 인사로부터 이 퇴출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증언을 이끌어 냈다.

1인 시위를 마치고 그녀와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최근 몇 년 동안 직장동료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른바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모를 일이다. 왕따를 당해야 할 사람은 정말 누구였을까! 그녀일까! 노조간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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