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생활건강은 150-200% 성과급에 희색 같은 그룹계열사라도 LG전자 산전은 조용
지난주 내내 LG화학 청주공장은 올해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해야 할까 하는 문제 때문에 고민아닌 고민을 거듭했다. 회사측에서는 각각 정규급여와 정기상여금 100%에 지난해 경영성과를 나누기 위한 성과급으로 평균 150%를 얹어서 지급키로 했지만 노조에서는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두툼한 성과급 봉투를 앞에 두고 노사가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니고 그저 행복한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LG화학과 원래 한 몸이었다가 지난해 분리돼 나온 LG생활건강의 외견상 고민은 훨씬 컸다. 지난 1년간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벌인 결과 1000억원대의 막대한 순이익을 낸 LG생활건강 측은 내심 싱글벙글하며 성과급 액수결정에 즐거운 고민에 빠져들었다. 지난주 서울본사 직원까지 청주공장으로 파견, 의견조율에 나선 회사측은 일단 200%의 성과급을 제시했지만 역시 노조측에서 덥썩 '고깃덩이'를 물지 않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고등수학 문제풀이도 아닌 간단한 '숫자' 조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100%+100%+200%=?

더구나 LG생활건강은 지난해 LG화학과 법인분리를 한 이후에도 한동안 동일체를 유지하던 노조가 지난해 10월 늦깍이로 독립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게 된 회사별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친정인 LG화학보다 많은 수준에서 성과급이 책정되자 희색이 만면한 모습이다. 법인분리를 앞두고 희망하는 회사를 선택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두 회사의 직원들은 당시 각자가 스스로 결정한 '순간의 회사선택'이 1년만에 이토록 확실한 차별성으로 나타나자 "사람이나 기업이나 사주팔자 점치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회사 직원들은 청주산업단지내 타 사업장의 근로자들보다 훨씬 두툼한 보너스로 푸근한 설 명절 맞게 됐다는 점에서 '행복지수 100'을 만끽하고 있다고 해서 과언은 아닌 듯 싶다. 이들은 어느 수준에서 성과급이 결정되든 정규임금과 정기 상여금까지 합치면 최소한 350-400%(회사측 제시 성과급을 기준으로 할 때)를 한꺼번에 받을 것이 분명한 때문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로선 꿈도 꾸지 못할 딴나라 얘기같은 부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LG생활건강과 LG화학의 사례는 매우 특수한 것으로 마냥 부러워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크게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같은 LG그룹 계열사라도 아직 성과급 지급계획이 없는 회사가 있는 등 같은 대기업끼리도 간극이 큰 때문이다.

수익없으면 성과급 ‘0’

LG전자와 LG산전 청주사업장측은 지난 5일 현재까지 "본사에서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아무런 얘기도 없다"며 "같은 그룹 계열사라고 하지만 서로가 별도법인인 만큼 지난해 많은 흑자를 낸 기업과 달리 그렇지 못한 기업의 근로자들로선 성과급을 못 받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LG전자 청주공장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평상시 투명한 회사경영을 해 오며 이익이 나면 자진해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근로자와의 신뢰관계를 유지해 온 때문인지 직원들 사이에서 서운함이랄까 불만의 목소리는 없다"고 말했다.
한때 같은 형제기업으로 지난 호황기에 엄청난 성과급 등으로 LG그룹 내에서 온통 선망의 대상이 됐던 하이닉스 반도체(옛 LG반도체)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반도체 불황으로 3년째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는 성과급은 커녕 정규 상여금마저 자진 반납한지 오래됐을 뿐 아니라 아직도 오리무중인 회사의 운명 때문에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저절로 '운명론'을 떠올리게 한다.

최악의 상황겪는 하이닉스

LG반도체 시절부터 근무해온 직원들은 “마이크론과의 매각협상이 아직도 혼미한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등 회사의 운명을 점칠 수 없는 처지가 되니 한때 영화를 누렸던 과거가 아주 까마득한 옛 일로 가물거리는 느낌”이라며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더니 꼭 우리를 두고 하는 말 같고, 하이닉스 반도체는 ‘기업지사 새옹지마’의 부정적 전형을 보이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고 씁쓰레했다.
지난해보다 설인심 '야박'

한편 청주산단 관리공단이 187개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날 휴무 및 상여금지급 계획'에 따르면 4일간 휴무하는 업체가 81개 기업으로 가장 많고 5일 휴무는 32개, 3일 휴무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은 각각 20개 업체에 달하고 있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은 전체의 40%가 채 안되는 73개 업체로 지난해(85개 업체)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의 50%를 지급할 계획인 기업은 19개(지난해 27개) 업체이며, 100%를 지급하는 곳은 44개(지난해 52개), 150% 지급업체는 지난해와 같이 3개 업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는 기업 중에서 (주)정우는 상여금 및 선물을 내국인 근로자와 똑같이 지급하고 코스모산업(주)은 설 연휴 동안 전원을 회사 기숙사에 머무르게 하되 숙식에 만전을 기하는 등 특별한 배려에 나설 계획이다. 또 맥슨텔레콤(주)은 기숙사에 노래방 기기를 설치, 연휴기간 외국인근로자들이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무주리조트의 눈썰매장 야유회와 삼겹살 파티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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