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사회문화부 기자

언제부터인가 모든 세미나의 결론은 ‘커뮤니티(community)’의 관계성 찾기로 끝났다. 지난 12월 10일 한국공예관에서 열린 ‘지역공동체 문화와 문화도시’에서는 그동안 지역에서 커뮤니티와 연관돼 펼쳐진 공공미술의 사례를 짚어봤다. 결론은 역시 커뮤니티와 어떻게 소통할 것이냐는 문제로 귀결되지만 그러기에 우리들의 상황이 너무 척박해 보인다. 문화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입안에 있어서 커뮤니티가 견제할 수 있는 논의구조가 없다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공공건물이나 기업의 건물 앞에 소위 1%법에 의해 대형작품이 설치되지만 언제 생겼는지도, 왜 여기에 있는 지 등 작품에 대한 맥락을 전혀 읽지 못한다. 아니 아무도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누가 냈다더라, 누가 이번에 된다더라 등등의 설만이 잔뜩 들린다. 가끔 제보도 들어온다.

그래서 우리는 대표적인 공공조형물로 손꼽히는, 이명박 정권의 문화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청계천을 깔끔히 복원하고 세운 올덴버그의 작품을 두고 ‘스프링’이 아닌 ‘똥’으로 부르기에 이르렀다.

사랑하는 데는 정보가 필요하다. 아무런 감정도 이야기도 없는 데 어찌 연애를 할 수 있으며, 애정을 가질 수 있겠는가. 지난 10월 말 시카고 보냈던 시간들은 이러한 커뮤니티에 대한 나의 고민을 더욱 요동치게 만들었다. 물론 그곳이라고 합의 구조와 대화구조가 완벽하게 뻥 뚫려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섬세한 절차와 시스템, 그리고 작가정신이 녹아진 작업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내에 있는 클라우드 게이트는 ‘콩(bean)’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는 2004년 설치한 인도 출신의 세계적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지름 20m의 초대형 조형물로 시카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마천루가 마치 볼록렌즈처럼 한 곳에 응집돼 보여준다. 건물을 낮은 자리에서 보는 재미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만나는 것도 쏠쏠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비행기로 14시간 떨어진 청주에서는 이제야 커뮤니티 아트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커뮤니티 아트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작가군이 없다는 것이 또한 눈에 먼저 들어온다.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묘하게도 변질돼 있다. 이유는 이를 감시하고 견제할, 또한 논의에 동참할 커뮤니티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공공조형물을 투명하게 설치하지도 못하고 있고, 커뮤니티 아트의 이름을 내건 이른바 공모사업도 많다. 그만큼 눈앞에 이익 때문에 ‘가벼운 아르바이트’쯤으로 인식하고 커뮤니티 아트 작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많다.

예술가들이 권위를 벗어던지고, 낮은 자리에서 지역민과 소통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결론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커뮤니티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니 군집이란 말과 함께 그 모임이 어떤 생물들로 구성되어 있는가보다는 그 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간의 상호기능적 관련성을 더 중요시하는 개념이라고 나온다. 청주의 문화생태를 복원하는 일, 누가 먼저 나서야 할까.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값진 단어는 이철희 청주시 문화관광과장이 말한 “공부하자”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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